‘침범’, 기대 이상의 재미와 스릴 가득한 웰메이드 스릴러

한수진 ize 기자
2025.03.06 14:16

긴장을 놓을 새 없는 곽선영 권유리 이설 기소유의 연기 맛집

'침범' 스틸 컷 / 사진=(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스릴러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관전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목덜미가 쭈뼛하는 긴장감. 둘, 예측을 깨뜨리는 충격적인 전개에서 오는 반전의 쾌감. 셋,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캐릭터와의 심리적 몰입이다. 대놓고 심리 파괴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영화 ‘침범’이 관객에게 주고자 한 가장 큰 목적은 아마 3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침범’은 의도대로 관객을 3번 앞에 자주 세운다.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긴장감 있다거나, 마지막에 주는 반전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부분이라 그리 쾌감 있지는 않지만, 정교화한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심리적 압박감을 주며 스릴러의 본질적인 긴장감을 유지한다.

‘침범’은 “일상을 침범하고 침범당한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숨 막히는 서스펜스와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공감과 섬뜩함으로 관객들의 일상을 침범할 예정”이라는 제목 함의에 집착한 로그라인만큼이나 개념 확장에 매혹된 영화처럼 보인다. 영화는 이를 물리적 공간의 경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영역에도 적용하며 서사를 구축한다. 어린 주인공이 친구에게 엄마의 관심을 빼앗기는 순간에도 ‘침범’이라는 개념이 작동하며, 그것이 선의든 악의든 타인의 관여를 침범으로 그려냄으로써 인물 간 감정선에 비릿함을 더한다.

'침범' 스틸 컷 / 사진=(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스릴러의 대가 알프레드 히치콕은 ‘탁자 밑의 폭탄’을 예로 들며 관객이 등장인물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질 때 서스펜스를 느낀다고 했다. ‘침범’도 그렇다. ‘20년 후’라는 두 시점 변화 모두에서 그렇다. 다만 1부에서는 인물 서사에 첨예하게 침투하게 만들어서 이를 유도하고, 2부에서는 인물의 무지로 이를 유도한다.

1부에서 유치원생 소현(기소유)은 엄마 영은(곽선영)이 잠든 사이에 그의 허벅지를 칼로 벤다. 소현은 그런 엄마를 밤새도록 지켜보다가 영은이 잠에서 깨어 고통스러워하자 시큰둥한 표정으로 “아파?”라고 묻는다. 1부의 뚜렷한 폭탄은 소현이고, 이것의 존재를 주인공 영은도 관객도 모두가 안다. 영화는 영은에게 관객의 시선을 투영하면서 소현이 무얼 할지 몰라 더 조이는 몰입감을 준다. 여기에 모성이라는 예외성까지 부여해 영은의 심층적인 얼굴에서 오는 ‘엄마이기 때문에’라는 명제로 관객의 심리를 틀어쥔다.

'침범' 스틸 컷 / 사진=(주)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은과 소현이 불행한 사고를 겪은 20년 후의 시점으로 시작하는 2부에서도 관객이 탁자 밑 폭탄의 존재는 알지만 영은처럼 이를 관객 입장에서 투영한 인물은 없다. 민(권유리)은 어릴 적 기억을 잃고 특수 청소 업체에서 일하고, 그런 민에게 어느 날 갑자기 해영(이설)이라는 인물이 침범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일상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민과 해맑은 얼굴 뒤로 어딘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해영. 영화는 이 둘 중 누가 폭탄일지 잠시 추론하게 하고, 이를 길게 끌지 않고 정체를 드러냄으로써 폭탄이 언제 어떻게 터질지 긴장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침범’은 만듦새가 좋다. 영화는 소현과 영은, 민과 해영이라는 두 세대의 침범이 거울처럼 맞닿아 있다. 단순한 반전 스릴러라기보다는 인간관계의 본질적 불안과 폭력의 유전성을 탐구한다. 특히 곽선영과 기소유의 열연은 1부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곽선영은 혼란과 공포, 그리고 모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복합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기소유 역시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섬뜩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2부에서는 권유리와 이설이 긴장감을 쌓아 올리며 관계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잘 수행한다. 서사적 밀도와 배우들의 열연이 조화를 잘 이룬, 저예산 규모에 비해 예상 밖 재미의 수확이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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