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엔하이픈(ENHYPEN)은 데뷔 이후 줄곧 인간성과 야성, 성장과 상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선 이야기로 정체성을 다져왔다. 특히 인간과 뱀파이어, 현실과 상상의 틈에서 이들은 자신들만의 서사를 구축해 왔고 내달 5일 발매하는 미니 6집 ‘DESIRE : UNLEASH(디자이어 : 언리시)’는 그 흐름의 연장선에서 더욱 깊은 내면의 세계로 나아간다.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된 콘셉트 시네마는 이 같은 방향성을 시각적으로 명확히 보여주며 엔하이픈의 예술적 확장력을 다시금 확인시킨다.
엔하이픈은 지난해 7월 정규 2집 ‘ROMANCE : UNTOLD(로맨스 : 언톨드)’를 통해 콘셉트 시네마라는 새로운 포맷을 본격화했다. 당시 영화 ‘몸값’, ‘콜’, ‘발레리나’ 등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과 함께한 12분짜리 단편은 일곱 뱀파이어가 세계의 질서와 충돌하는 과정을 다뤘고, 치밀한 연출과 강렬한 액션, 그리고 감정선을 배치한 연기까지 고루 담아냈다. 이 영상은 단순한 세계관 설명을 넘어 앨범의 메시지를 서사적으로 정제해 전달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했다.
이번 ‘DESIRE : UNLEASH’의 콘셉트 시네마는 연출가 박민수 감독과 함께 완성했다. 약 9분 분량의 이 작품은 개기 월식이 시작된 도시를 배경으로 뱀파이어들이 욕망이라는 감정에 눈을 뜨는 과정을 그린다. 한 인물이 TV쇼에 등장해 뱀파이어로서의 정체를 드러내고, 욕망에 대해 토로하는 장면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를 모티브 삼아 구성된 이 설정은 서사와 메시지를 단단히 고정하는 장치이자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투영한다.
희승과 니키, 제이와 제이크는 2인 1역을 맡아 내면과 외면의 자아를 나눠 표현했다. 이들의 연기는 데칼코마니처럼 밀착된 움직임과 시선으로 이중성과 긴장을 동시에 부여하며 캐릭터의 감정을 더욱 입체적으로 부각했다. 영상 전반에 걸쳐 사용된 조명, 배경, 미장센은 ‘어둠 속의 욕망’이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영상미뿐 아니라 연출의 완급조절과 멤버들의 배우로서 표현력까지 조화를 이뤄 독립적인 영상 콘텐츠로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같은 서사가 단지 형식적인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엔하이픈의 음악은 이러한 세계관을 감정적으로 지탱하고 서사에 진정성을 부여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한다. 전작 ‘ROMANCE : UNTOLD’ 수록곡들은 유려한 멜로디와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살린 곡 구성으로 호평받아 트리플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으며, 리패키지 앨범 ‘ROMANCE : UNTOLD -daydream-(-데이드림-)’은 대중성 있는 사운드와 트렌디한 편곡으로 K팝 리패키지 초동 최다 판매량(140만 6926장)을 기록했다.
음악적으로도 높은 기대치를 형성하고 있다. ‘XO(엑스오)’, ‘Bite Me(바이트 미)’, ‘Sweet Venom(스위트 베놈)’, ‘No Doubt(노 다웃)’ 등 엔하이픈은 그동안 웅장한 편곡, 감각적인 비트, 그리고 팀의 보컬 역량을 고르게 살린 음악으로 듣는 재미를 높이고 서사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DESIRE : UNLEASH’는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감정을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새 음악은 기존의 감각적인 팝 기반을 유지하되 정서의 깊이를 더한 트랙들로 채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관에 집중된 팀이라는 평가 너머 음악 자체로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그룹이라는 점에서 이번 컴백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