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실수, 소속사의 미흡한 대처로 하차로 작품에 치명타, 옥에 티를 남겼다. 그러나, 치명타와 옥에 티를 말끔히 걷어냈다. 자신에게 쏟아졌던 우려도 지워냈다. '폭군의 셰프'의 이채민이다.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가 방송 4회 만에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11.1%를 기록하면서 주말 안방극장 신흥 강자로 급부상했다.
'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 연지영(임윤아)이 최악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의 소유자인 왕 이헌(이채민)을 만나며 벌어지는 서바이벌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지난 8월 23일 첫 방송했다.
'폭군의 셰프'가 방송 4회 만에 시청률 10%를 돌파하면서 올해 tvN에서 토일드라마를 포함한 드라마 전체 시청률 1위 자리를 꿰찼다. '폭군의 셰프'의 인기 상승세는 타이틀롤을 맡은 임윤아와 함께 남자주인공으로 나선 이채민의 활약 덕분이다. 이에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동시간대(오후 9시대) 경쟁작 마동석 주연의 KBS 2TV 토일미니시리즈, 디즈니+ '트웰브'를 사뿐히 즈려밟았다.
이채민. '폭군의 셰프' 첫 방송 전, 기대와 우려가 있었다. 이채민은 첫 방송 전 하차한 배우로 인해 '대타' '교체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였다. '폭군의 셰프' 촬영 시작 전, SNS에 AV 표지 업로드 사태에 소속사의 미흡한 대처 논란까지 불거진 박성훈이 남자주인공 이헌 역에서 하차하면서다. 박성훈의 자리를 이채민이 대체하게 됐다.
이채민이 '폭군의 셰프'에 남자주인공으로 낙점된 후, 호불호가 갈렸다. '박성훈 대타' '박성훈 교체 투입'은 사족이고, 연기력에 대한 호불호였다. 이채민은 '하이클래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일타 스캔들'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등에 출연했지만, 연기력보다 외적인 면에 관심을 받았다. 또한 '폭군의 셰프' 방송에 앞서 4월 MBC 금토드라마 '바니와 오빠들'에서 주인공으로 나섰지만, 연기 불호가 이어졌다. 박성훈은 차치하고, 연기에 대한 우려는 이채민에게는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첫 사극 도전에 나선 이채민에 거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이채민을 향한 우려와 기대 속에 '폭군의 셰프'가 막을 올렸다. 그리고 우려를 씻어내는 "이채민 맞아?"가 쏟아졌다. 이채민과 극 중 이헌이 맞아떨어졌다. 첫 방송부터 살벌한 폭군의 기세를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압도한 이채민이었다. 앞서 '바니와 오빠들'에서 '몰입 불가'의 이채민이 아니었다.
'폭군의 셰프'에서 이채민이 연기하는 이헌은 폭군이다.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고개 숙이고, 숨 죽인 채로 눈치를 살펴야 하는 대상이다. 왕의 권위를 앞세워 상대의 숨통을 움켜쥐는 카리스마를 뽐낸다. 폭군이 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지만, 누구 하나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위압감을 뽐내고 있다.
이런 이헌, 폭군에게도 미식가와 함께 과거 사연으로 인한 반전 설정은 매력적이다. 특히 연지영과 만나 옥신각신하는 상황이나, 연지영의 요리에 무장해제하는 모습은 '폭군의 셰프'의 재미를 더한다. 매회 반전에 반전이 더해진 이헌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빠르게 스며들었다.
이헌의 매력은 이채민으로부터 시작됐다. 살벌한 폭군의 모습 뒤에 숨겨진 안타까운 사연, 짙은 외로움은 동정심을 유발한다. 이채민은 이헌의 폭군 성향, 인간적인 성향 두 가지를 다채롭게 표현해냈다. 눈빛, 목소리, 표정부터가 달랐다. 폭군 성향에서는 표정 자체가 살기를 품었고, 연지영의 요리를 먹고 그녀와 티격태격할 때는 폭군의 이미지를 벗었다. 유독 연지영에게 "죽고 싶은 게냐"라고 협박할 때, 씨익 웃으며 연지영을 압박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극 초반 표정 연기로 '불호'(不好) 없는 '호'(好)로 인생캐 경신을 이뤄내고 있다.
이채민은 표정 연기뿐만 아니라, 대사에 실은 이헌의 감정에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연지영과 만남에서 장난기 어린 모습과 자신이 가진 아픔의 감정을 전하는 대사 소화는 극에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이채민이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다. 나직이 읊조리는 대사도 흐리지 않게 정확히 뱉어낸다. 외적인 매력을 내적인 연기로 이헌 그리고 이채민의 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했다. 그리고 안방극장에 '이채민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일각에서 '제2의 변우석'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고 있는데, 이채민은 변우석과는 결이 다르다. 이채민은 이채민이고, 변우석은 변우석이다.
예상치 못한 이채민의 연기가 호응을 얻는데는 임윤아가 무엇이든 받아주고 끌어주는 영향도 크다. 조화, 연기의 어우러짐이 이채민의 캐릭터 표현을 극대화시켜주고 있기 때문. 그리고 이헌에게 느끼는 매력의 본질인 이채민의 연기는 그가 이전에 보여줬던 연기와 다르게 흡입력이 강하다. 판타지 사극을 통해 나온 새로운 모습이 신선했다. 무엇보다 이채민이 스스로 노력한 결과의 산물일 터. 앞서 이미 여러 작품으로 시청자에게 익숙한 박성훈에게는 느끼지 못했을 캐릭터의 매력. 익숙한 배우의 연기보다, 이채민이란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 상황이다. '논란의 박성훈'을 지우고 '폭군의 셰프'의 전화위복을 이룬 이채민이다. 이 이채민 덕에 안방극장 시청자들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