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과 가짜를 넘나드는 설렘 ‘우주메리미’ [드라마 쪼개보기]

조이음(칼럼니스트) 기자
2025.11.05 10:16

송현욱 감독과 정소민-최우식 '로맨스 장인'들의 완벽한 앙상블

사진제공=SBS

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가 방영 4주 만에 최고 시청률 두자릿수를 돌파하며 달콤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배우 최우식과 정소민의 연기 호흡, 송현욱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만나 하반기 로맨스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우주메리미’(극본 이하나, 연출 송현욱·황인혁)의 주요 설정은 최고급 신혼집 경품을 사수하기 위한 두 남녀의 90일간 위장 신혼 생활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제과점 명순당 4세이자 마케팅팀 팀장인 김우주(최우식)와 생계형 디자이너 유메리(정소민)는 각자의 절박한 사정으로 가짜 부부 생활을 시작한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계약 결혼 설정이지만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계약 관계로 시작한 두 사람의 관계에 촘촘하게 얽힌 과거의 서사가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삶의 최악의 날에 우주에게 다가와 인형을 건넸던 미소(미지의 소녀)가 메리였다는 사실과 메리의 첫사랑으로 기억된 뒤통수가 예뻤던 소년이 우주였음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위장 신혼극을 넘어선다. 서로의 첫사랑이자 상처의 기억으로 남았던 존재가 현실에서 다시 마주한 상황, 가짜로 시작된 관계는 점점 진심으로 변해간다. 운명이라는 요소가 로맨스의 감정선을 한층 진하게 물들이는 지점이다.

사진제공=SBS

과거부터 이어진 이야기에 촘촘한 밀도를 더하는 건 배우들의 차진 연기에서 비롯된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이후 3년 만에 SBS에 복귀한 최우식은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로 설득력을 더한다. 겉으로는 냉정하지만 속으로는 메리에게 점점 빠져드는 김우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위장 결혼이라는 다소 작위적인 설정을 이해해주게 만든다. 드라마 ‘나쁜 남자’로 데뷔한 이래 15년 만에 SBS로 돌아온 정소민은 켜켜이 쌓아온 로코 연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밝고 씩씩하면서도 독립적인 유메리를 연기하며 지금 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여성상을 구현한다. 여기에 메리의 전 약혼자(서범준)의 재등장은 관계의 긴장감을 높이며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촉진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연출을 맡은 송현욱 감독은 드라마 ‘또 오해영’ ‘뷰티 인사이드’ ‘연모’ 등을 통해 로맨스 장르의 대가임을 입증했다. 인물의 감정 서사를 중심으로 관계의 설득력을 쌓아 올리는 데에 도가 튼 송감독은 ‘우주메리미’에서도 빠른 전개 속에 과거와 현재를 유기적으로 엮으며 우주와 메리가 왜 서로에게 필연적인 존재인지 자연스럽게 납득시킨다. 여기에 우주와 메리의 행복한 순간들 사이사이에 고모부의 악행이나 전 약혼자의 등장 같은 위기를 배치해 코믹과 긴장감이라는 리듬 조율까지 더한다.

다만 완성도 높은 감정선의 흐름과는 별개로 최근 방송된 일부 장면들에서 사회적 감수성의 아쉬움이 드러났다. 6회에서 ‘불법촬영’과 ‘무단침입’ 같은 범죄 행위를 러브라인 전개의 장치로 소비한 연출이 비판을 받았다. 특히 윤진경(신슬기)을 몰래 촬영한 인물을 백상현(배나라)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서 봐주겠다”며 넘기는 장면은 범죄를 가볍게 다뤘다는 지적을 낳았다. 이 장면이 ‘시원한 참교육’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가 삭제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또한 메리 전 약혼자의 무단침입 장면 역시 “멜로 자극을 위한 범죄 소비”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감정의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작품일수록 현실적 문제에 대한 섬세한 인식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사진제공=SBS

5%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우주메리미’는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하며 금토드라마 1위를 유지 중이다. 특히 최근 방송된 8회는 최고 시청률 10.9%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이 드라마를 향한 반응은 해외에서도 이어진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 중인 ‘우주메리미’는 플릭스패트롤 기준 디즈니 플러스 TV 쇼 부문 월드와이드 2위에 오르며 글로벌 K-로맨스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남미 지역에서도 TOP10에 이름을 올리며 확실한 화제성을 입증했다.

드라마는 이제 반환점을 돌며 본격적인 2막에 접어들었다. “내가 메리씨 좋아하나 보죠. 다른 남자랑 같이 있는 게 싫다고요”라던 우주의 고백으로 메리와의 관계는 가짜에서 진짜로 전환됐다. 하지만 전 약혼자의 재등장,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고모부의 음모 등 예고된 위기들이 여전히 두 사람 앞을 가로막는다. 진심을 확인한 후에도 사랑이 지켜질 수 있을지, 남은 회차의 감정선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우주메리미’가 주는 즐거움은 단순히 달콤한 로맨스에 머물지 않는다. 가짜로 시작한 관계가 진짜 감정으로 변해가는 과정, 그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야말로 이 작품의 핵심이다. 80년 전통의 명순당을 지키려는 우주의 책임감, 독립적인 여성으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는 메리의 선택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현대적 가치와 자립의 메시지를 품는다. 결국 이 드라마는 위장 결혼이라는 외피 안에 진심 어린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송현욱 감독 특유의 서사 중심 로맨스가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끝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남은 여정에 기대가 모인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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