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2025 l 김선영·박해준·박지환·진선규, '소'처럼 열일한 미더움의 이름들

한수진 기자
2025.12.30 11:06
2025년 김선영, 박해준, 박지환, 진선규는 각각 다양한 작품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기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김선영은 '중증외상센터', '미지의 서울', '자백의 대가' 등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박해준은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장년 가장의 얼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대중적 신뢰를 입증했습니다. 박지환은 '보스', '탁류', '백번의 추억' 등에서 각기 다른 결의 인물을 소화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고, 진선규는 'UDT: 우리 동네 특공대', '자백의 대가', '애마' 등에서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다양한 인물을 체화해냈습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김선영, 박해준, 박지환, 진선규 / 사진=넷플릭스, 디즈니

배우가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은 작품의 미더움이 된다. 그래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게는 자연스럽게 불러주는 곳이 많아진다. 흥행을 보장하는 스타가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돼서다. 결국 대중이 자주 보게 되는 얼굴은 축적된 실력과 '믿고 본다'는 미더움의 결과다.

2025년 김선영, 박해준, 박지환, 진선규가 쉼 없이 작품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모든 작품에서 전면에 나선 아니었지만, 꼭 필요했던 배우들이다. 올해를 돌아보며 다시 불러야 할 이름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한 해 동안 가장 성실하게, 그리고 가장 자주 화면에 등장했다. 다작은 우연이 아니다. 제작 현장이 필요로 했고, 작품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들의 2025년 필모그래피다.

김선영 / 사진=tvN

김선영

김선영은 2025년 넓은 활동 반경을 보여줬다.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와 '자백의 대가', tvN '미지의 서울'과 '첫, 사랑을 위하여', TV조선 '컨피던스맨 KR', KBS2 '러브 : 트랙 - 김치'까지. OTT와 안방극장을 가리지 않고 얼굴을 갈아끼며 꾸준히 모습을 비췄다.

김선영의 연기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서사를 단단하게 고정한다. '중증외상센터'의 보건복지부 장관 강명희는 제도와 현실을 연결하며 서사의 추진력을 담당했고, '미지의 서울'의 염분홍으로는 애틋한 감성으로 모성의 형태를 설득했다. '첫, 사랑을 위하여'에서는 친구이자 조력자로서 감정의 출구를 맡아 극의 온도를 조절했다. 장면이 요구하는 밀도를 정확히 채워 넣어 출연작에 더할 나위 없는 힘을 실어넣었다.

'자백의 대가' 왈순으로도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별출연에 가까운 비중이었지만 폭력 전과 4범 재소자라는 설정을 단번에 각인시키며 극의 공기를 바꿨다. 전도연이 "미친 사람 같았다"고 말했을 만큼 충동성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인물의 결을 설계해 냈다. 김선영은 역할의 크기와 무관하게 장면의 완성도를 책임지는 배우다. 그래서 2025년 그의 얼굴은 여러 작품 속에 자주 불렸다. 다작 자체가 김선영의 실력이자 미더움이다.

박해준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박해준

박해준의 2025년은 강렬하고 빽빽했다. 영화 '야당', 디즈니 '북극성', tvN '첫, 사랑을 위하여',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와 '애마'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고르게 출연했다.

특히 박해준의 2025년은 '폭싹 속았수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될 만큼 강렬했다. 중장년 양관식 역을 맡은 그는 가족을 삶의 최우선에 두고 묵묵히 시간을 견뎌온 가장의 얼굴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1960년대 제주부터 2025년 서울까지 이어지는 서사에서 그는 과장 없이 인물의 시간을 축적했고, 그 결과 관식은 특정 세대의 인물을 넘어 보편적인 '아버지의 얼굴'로 확장됐다. 작품은 국내외에서 모두 의미 있는 반응을 얻었고, 박해준은 이 드라마를 통해 대중적 신뢰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러나 박해준의 2025년은 '폭싹 속았수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애마'에서 그는 전혀 다른 결의 인물을 꺼내 들었다. 기자 이부장은 음흉한 집착과 권력을 악용하는 태도로 시청자에게 강한 불쾌감을 남기는 존재다. 박해준은 흐느적거리는 말투와 기괴한 웃음, 분노로 일그러지는 표정을 교차시키며 이 인물을 단순한 악역이 아닌 구조적 폭력의 얼굴로 형상화했다.

극장가에서도 박해준의 존재감은 이어졌다. 337만 명의 관객을 모은 '야당'에서 그는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로 분해 집요함과 인간적인 온기를 동시에 지닌 인물을 연기했다. 일에 있어서는 냉정하지만 후배와 가족 앞에서는 다른 얼굴을 보이는 오상재는 극의 균형을 잡는 축이다. 2025년 박해준은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역할의 결을 넓혀오는 선택을 했다.

박지환 /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박지환

박지환은 강한 인상으로 기억되는 배우다. 그러나 그를 규정하는 힘은 외형의 압도감이 아니라 인물을 날 것으로 살아 숨 쉬게 하는 캐릭터 구축 능력에 있다. 2025년에도 그는 영화 '보스', 디즈니 '탁류', JTBC '백번의 추억'을 통해 각기 다른 결의 인물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분명히 했다.

이 한 해 동안 박지환은 장르와 톤이 다른 작품을 오가며 동일한 이미지의 반복이 아닌 내밀한 확장을 보여줬다. 거칠고 강한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인물의 내면을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점이 그의 가장 큰 강점이다.

'탁류'에서 그는 마포나루 왈패의 엄지 박무덕을 연기하며 폭력성과 인간미가 공존하는 인물의 결을 설계했다. 욕설과 위압적인 태도가 앞서는 캐릭터지만, 순간적으로 낮아지는 눈빛과 짧은 망설임을 통해 '작지만 선한 마음'의 흔적을 남겼다. 반면 '백번의 추억'에서는 전혀 다른 유형의 악역을 꺼내 들었다. 청아운수의 최고 권력자 노상식은 폭력이 아닌 권한으로 타인을 압박하는 인물이다. 박지환은 무표정한 얼굴과 건조한 말투,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를 통해 원칙과 이성을 가장한 냉혹함을 구축했다.

스크린에서는 또 다른 리듬을 택했다. '보스'의 넘버3 판호는 야망을 품었지만 늘 한발 늦는 인물로, 박지환은 과장과 생활의 온기를 더해 웃음과 짠내가 공존하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탁류'의 거친 인간미, '백번의 추억'의 냉정한 권력, '보스'의 생활형 욕망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장면을 장악할 수 있다는 신뢰. 그래서 2025년에도 박지환의 얼굴은 여러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꺼내졌다.

진선규 / 사진=쿠팡플레이, 지니TV

진선규

진선규의 2025년을 돌아보면 한 배우의 얼굴에서 이토록 다양한 결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쿠팡플레이·지니 TV 'UDT: 우리 동네 특공대',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와 '애마', tvN '태풍상사', ENA '노무사 노무진'까지. 주연과 조연, 특별출연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 해 동안 다섯 편의 드라마에 이름을 올렸다. 다작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만큼, 작품마다 전혀 다른 인물을 체화해 냈다.

'UDT: 우리 동네 특공대'에서 진선규는 곽병남을 과장 없이 완성하며 시리즈의 중심을 지켰다. 병남은 앞에 나서기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위험을 감당한 인물이었다. 폭탄을 감지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판단과 책임감은 생활인의 얼굴 위에 자연스럽게 얹혔다. 사건 이후 영웅의 자리를 사양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선택까지, 진선규의 연기는 떠나지 않는 책임이 공동체를 지탱한다는 메시지를 담담하게 설득했다.

반면 '자백의 대가'에서는 완전히 다른 결을 꺼내 들었다. 장정구 변호사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고, 나긋하지만 명료한 인물이다. 진선규는 선함을 전면에 내세우되 힘을 빼지 않는다. 윤수(전도연)와의 첫 만남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하는 장면만으로도 인물의 성격이 분명하다. 같은 해 '애마'의 구중호에서는 다시 한번 얼굴을 바꿨다. 탐욕과 천박함, 권력을 쥔 자의 저열한 호흡을 과장 없이 구현하며 개인의 악을 넘어 시대의 구조적 폭력까지 드러내는 불쾌한 질감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노무사 노무진'과 '태풍상사'에서의 특별출연은 진선규의 연기 폭을 정리해 준다. 짧은 분량 안에서도 삶의 무게와 인간적 신념을 온전히 남겼다. 2025년 진선규의 필모그래피는 장르도, 톤도, 인물의 온도도 제각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얼굴이 변신이라는 말로 쉽게 묶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작품마다 새 인물이 됐고, 그 축적이 곧 진선규라는 배우의 현재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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