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쇼미더머니'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수차례의 논란과 피로도를 통과했고, 한때는 '한물간 프로그램'이라는 평가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한국 힙합신의 지난 10여 년을 되짚을 때, '쇼미더머니'를 빼고 그 성장과 확장을 설명하기 어렵다. 4년 만에 돌아오는 시즌12가 방송 전부터 기대와 반감을 동시에 끌어안은 채 다시 출발선에 선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Mnet '쇼미더머니12'는 방송 전부터 수치로 관심을 증명했다. 공식 SNS를 통해 공개된 티징 콘텐츠 누적 조회수는 2,200만 뷰를 넘어섰고, 커뮤니티에 끊임없이 많은 말이 오갔다. '한물갔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이 반응은 여전히 이 프로그램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가 유효함을 방증한다. 여기에 역대 최다 지원자 수까지 기록하며 '쇼미더머니'의 귀환은 침체됐던 힙합 판을 다시 흔들 '희망'으로 시동을 켰다.
'쇼미더머니'는 2012년 첫 방송 당시만 해도 모험에 가까운 시도였다. 힙합은 당시 마이너 문화였고, 래퍼를 전면에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은 힙합신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상업화에 대한 반감, '자존심을 파는 일'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은 래퍼를 무대의 중심에 세웠고, 랩을 대중의 취향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쇼미더머니'는 힙합을 엔터테인먼트로 번역해 낸 쇼였다. 1대1 배틀, 팀 대항전, 디스 미션, 음원 미션, 생방송 파이널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조는 승부의 긴장감을 유지했고, 즉각적인 탈락과 반전은 매 회차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무명 래퍼의 성장 서사, 재도전 서사, 화려한 랩 플로우가 치닫는 걸출한 무대는 힙합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이는 장치로 작동했다. 음원 미션이 곧바로 음원 차트로 이어지던 흐름 역시 이 쇼가 대중의 흥을 얼마나 자극했는지를 보여줬다. 국내 최장기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고 듣게 만드는 힘'을 끝까지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힙합이 음원 차트의 중심으로 이동했던 시기 역시 '쇼미더머니' 전성기와 겹친다. 매 시즌 본선 무대에서 공개된 곡들이 차트를 점령했고, 힙합은 특정 취향의 음악이 아닌 대중음악의 중심 장르로 자리 잡았다. 교실에서 랩을 쓰고, 사운드클라우드에 믹스테이프를 올리며 '쇼미더머니' 지원서를 작성하는 세대가 등장했다. 이 흐름의 출발점에는 이 프로그램의 영향이 적지 않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를 둘러싼 논쟁의 상당수는 프로그램 자체보다, 그 무대 위에 오른 래퍼들의 태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메시지 없는 디스, 책임 없는 발언, 논란을 화제로 소비하는 방식은 힙합이 쌓아온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최근 시즌을 앞두고 불거진 디스 논란 역시 힙합의 본질보다는 메신저의 태도에 초점이 맞춰지며 대중의 피로감을 키웠다.
그래서 이 문제를 '쇼미더머니'의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과도하다.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무대와 확성기였다. 힙합을 대중에게 노출시키고, 래퍼들에게 전례 없는 발언권을 부여했다. 동시에 대중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적 재미까지 충실히 수행해 왔다. 그 이후 어떤 언어를 선택하고,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래퍼 개인의 몫이었다. 힙합이 메이저가 된 순간부터 이들의 발언은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적 발화가 된다. 문제의 핵심은 쇼의 존재가 아니라, 그 안에서 발언권을 획득한 이들의 성숙도였다.
이제 돌아온 시즌12의 과제는 분명하다. '쇼미더머니'는 이미 재미가 검증된 포맷을 갖고 있고, 수차례 흥행과 실패를 모두 경험한 숙련된 제작진 역시 함께한다. 배틀 구조, 음원 미션, 생방송 파이널까지 이어지는 시스템만 놓고 보면 흥미를 만들어낼 장치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제 이 포맷 자체만으로 흥행이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다. 반복된 성공만큼 대중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출연진을 바라보는 시선은 과거보다 훨씬 엄중해졌다.
힙합이 메이저 장르로 자리 잡은 지금, 래퍼들의 선 넘는 태도는 더 이상 개성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넓어진 영향력과 주목도만큼, 말과 태도에 따르는 책임 역시 커졌다. 거친 언어와 저항 정신은 힙합의 정체성이지만, 그것이 누구를 향하고 무엇을 바꾸기 위한 것인지는 분명해야 한다. 이제 무대 위에서의 태도는 곧 힙합 전체의 인상으로 환원된다. '쇼미더머니12'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무대에 선 출연자들이 얼마나 성숙한 화자로 설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시즌12를 향한 기대가 더 큰 이유도 분명하다. 이번 시즌은 시리즈 최초로 티빙과 공동 제작된다. 플랫폼의 확장은 곧 시청 환경과 연출 방식의 변화를 예고한다. 전국 단위로 세분화된 예선과 글로벌 지원자 유입은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고인물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장치다. 무엇보다 4년의 공백은 제작진에게도, 출연자들에게도 과거의 관성을 재검토할 시간으로 작용했다. 같더라도 기시감을 적잖이 덜어낼 수 있던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쇼미더머니'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재미를 아는 쇼이고, 한국 힙합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최장기 오디션이라는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도 낙폭은 있을지언정 대중이 보게 만드는 힘을 끝내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12'는 여전히 기대를 안고 출발하는 가장 오래된 현재진행형 오디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