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맥스', 제어장치 망가진 악인들의 폭주기관차 [드라마 쪼개보기]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4.03 09:29

화제성은 최고인데 왜 시청률은 못 오를까?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는 자극적인 전개로 OTT 디즈니+에서 흥행 1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이 드라마는 권력 카르텔에 뛰어든 검사 방태섭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치열한 생존극을 다루며,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추악한 행태를 그렸다. TV 시청률은 3%대에 머물렀지만, OTT 플랫폼에서는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오랜만에 ‘매운 맛’ 드라마가 나왔다. 자극적인데 자꾸 손이 간다. 마치 ‘엽기 떡볶이’ 같다.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TV 시청률은 3%대다. 반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 에서는 흥행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OTT를 통해 유입되는 시청자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너무 맵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6회까지 진행됐는데, ‘강약중간약’이 없다. ‘강강강강’으로 밀어붙인다. 그 힘 때문에 ‘클라이맥스’를 선택하는 이들이 적잖다. 이런 도파민 넘치는 전개로 인해 TV를 기반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범 대중적 작품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데 어려움을 보이지만, OTT 플랫폼을 통해 이 드라마를 찾는 이들의 충성도는 엄청나다.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클라이맥스’의 간략 줄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서기 위해 권력의 카르텔에 뛰어든 검사 방태섭과 그를 둘러싼 이들의 치열한 생존극’이다. 방태섭은 배우 주지훈이 연기하고, 그의 아내이자 톱배우 추상아(하지원), WR기업의 안주인이자 권력층과 화류계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양미(차주영), 방태섭의 정보원 황정원(나나), WR기업 오너 권세명의 장남이자 WR건설의 전무이면서 이양미를 견제하는 권종욱(오정세), 정재계 인사들에게 여배우 성상납도 서슴지 않는 영화제작사 오광재(서현우) 등이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다.

이들은 딱 한 마디로 규정된다. ‘욕망덩어리’. 그 누구 하나 욕망을 가지지 않은 이가 없다. 게다가 그 욕망을 실현하는 방법은 대다수 추악하다. 가난한 노동자 아버지를 둔 방태섭은 신분의 한계로 인해 검사가 된 이후에도 한계를 느끼지만 과감한 선택을 통해 정계까지 바라보고, 추상아는 최고의 여배우 자리를 유지하려 발버둥친다. 이양미는 온갖 구린 짓을 서슴지 않으며 사람들을 농락하고, 권종욱은 그런 새엄마 이양미를 끌어내리고 WR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오광재는 힘없는 연예인들을 힘있는 정재계 인사들에게 사실상 제물로 바친다.

이들은 필요에 의해 이합집산한다. 방태섭과 추상아는 부부지만 적인지 아군인지 헷갈린다. 권종욱은 같은 욕망을 가진 방태섭과 손잡고, 이양미는 추상아를 두고 방태섭과 세차게 부딪힌다. 폭로와 폭력을 넘어 살인까지 벌어진다.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사실 ‘클라이맥스’는 쉼표가 없다. 끊임없이 사건이 쏟아지고 감정이 충돌한다.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거나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 이 드라마 안에서 벌어지는 숱한 강력 사건들이 지난 수십 년 간 신문지면을 장식했던 실제 사건들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성상납을 받은 정치인, 그런 정치인의 약점을 쥐고 자신의 출세 도구로 쓰려는 법조인,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유력 정치인에게 줄을 대려는 경제인, 소속 연예인들에게 부적절한 관계와 원치 않는 촬영을 강요하는 연예계 거물 등의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 속 스토리가 아니다. 여기에 동성애 코드 등도 담기면서 ‘클라이맥스’는 점차 자극의 역치를 높인다.

‘클라이맥스’는 늪과 같은 드라마다. 일단 빠지면 쉽사리 헤어나오기 어렵다. 그만큼 흡입력이 높다는 의미다. 입이 얼얼할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 또 다시 숟가락을 가져가는 마라탕 같다.

사진제공=KT스튜디오지니 

배우들의 호연도 한 몫한다. 주지훈 특유의 비릿한 연기는 ‘클라이맥스’에서 빛을 발한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추상아 역의 하지원은 연기 변신에 성공했고, 독특한 말투와 발성의 이양미는 차주영과 만나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하지만 시청률 곡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3월16일 2.9%로 시작한 이후 3월31일 방송된 6회가 3.5%였다.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 상승폭이 높진 않다. 도무지 온 가족이 TV 앞에 둘러 앉아 함께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반면 OTT 반응은 뜨겁다. 디즈니 에서 15일 연속 한국 1위 자리를 지켰고, 아시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뷰(Viu)에서는 공개 첫 주 만에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홍콩 등 아시아 주요 6개국에서 톱5에 진입했다.

‘클라이맥스’는 10부작이다. 어느덧 6부까지 마쳤고, 이제 진짜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다. 그 사이 TV 시청률 급반등을 꾀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OTT와 SNS 상에서는 흥행 바람을 탔다. 어떤 결말을 맺든, TV 방영이 끝난 이후에 더욱 다양한 루트로 회자될 작품이라 할 만하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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