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순재, 70년 만에 대상 트로피 들고 한 말 "무겁다"…먹먹

마아라 기자
2026.05.13 13:23
지난해 11월 별세한 배우 이순재의 연기 열정이 재조명됐다. /사진=KBS2 '셀럽병사의 비밀' 방송화면

지난해 11월 별세한 배우 이순재의 연기 열정이 재조명됐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2 '셀럽병사의 비밀'에는 박소담 박해미가 게스트로 출연해 이순재와의 남다른 인연을 전했다.

박소담은 2020년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서 이순재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울지 않겠다던 박소담은 화면에서 이순재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벌써 위험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방송에서 박소담은 이순재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는 "첫 연습 때 이미 전 배역의 대사를 다 외워 오셨다. 바로 '움직이면서 해보자'고 하셔서 다들 당황했다"고 이순재의 나이를 이긴 열정을 회상했다.

또 평소 실수가 없기로 유명한 이순재가 딱 한 번 공연 중 실수를 한 일화도 전했다. 이순재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데뷔 14년 차인 후배 박소담에게 달려와 사과한 비화가 알려져 감탄을 더했다.

지난해 11월 별세한 배우 이순재의 연기 열정이 재조명됐다. /사진=KBS2 '셀럽병사의 비밀' 방송화면

상대 배우의 대사까지 외우는 완벽한 기억력도 회자됐다. 박해미는 연극 '리어왕'에서 이순재가 2시간 넘는 독백을 소화해야 하는 강행군에도 단 한 번도 NG가 없었다고 일화를 전했다.

이순재는 데뷔 70년 만에 첫 연기대상을 안겨준 드라마 '개소리' 촬영 중 백내장 수술로 시력 이상을 겪었다. 그는 3개월간 휴식을 취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보름 만에 촬영에 복귀했다. 현장의 배우들과 스태프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이순재는 청력 저하까지 더해져 보청기를 낀 채 매니저가 큰 소리로 읽어주는 대본을 외우며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스케줄에 이어 연극까지 무리하게 스케줄을 잡았던 이순재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다'가 끝나자마자 폐렴으로 입원했다.

지난해 11월 별세한 배우 이순재의 연기 열정이 재조명됐다. /사진=KBS2 '셀럽병사의 비밀' 방송화면

생전 영상에서 병실에 누워 있는 이순재는 매니저가 "뭐 하고 싶으시냐"고 묻자 "하고 싶은 건 작품밖에 없지"라고 즉답하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투병 중 섬망 증세까지 있었다는 이순재에 대해 소속사 대표는 "새벽에도 잠들지 못하고 연기를 하셨다. 간호사들에게 '대사 써놨으니 연기해 봐라' 하시기도 했다"며 "아프고 몸이 힘든 와중에도 연기를 하고 싶으셨던 거 같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MC 장도연은 "연기 대상' 트로피를 받고 병실로 돌아오셔서 하신 첫 말씀이 '이야 무겁다' 였다"고 전했다. 박해미는 "유일무이하신 분"이라고 애도했다.

박소담은 "선생님께서 '무대에서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늘 하셨다. '너희와 이런 하루를 보내고 집에 가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이순재 선생님과 신구 선생님께서 같은 말씀을 항상 하셨다"며 "정말 선생님께 신세 많이 진 거 같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순재는 지난해 11월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4년 11월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그는 '보통 사람들', '동의보감',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허준', '상도', '내 사랑 누굴까', '이산', '엄마가 뿔났다', '베토벤 바이러스', '공주의 남자', '돈꽃', '개소리'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국민 배우'로 사랑받았다.

고인은 2024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지막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건강 악화로 재활 치료를 받던 중 사망 소식을 전해 안타까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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