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비스 좋은 배우"…구교환, 사랑받고 미움받으며 이끈 전성기 [인터뷰]

한수진 ize 기자
2026.06.02 13:00

'모자무싸'→'군체' 극장과 안방 동시 장악
"구교환의 시대? 과하고 민망…그저 대중과 친해지는 과정"
"역할 이름으로 불리는 것, 어떤 상보다 기분 좋아"
"난 현장서 피드백 흡수 빠른 서비스 좋은 배우"

배우 구교환은 영화 '만약에 우리',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 영화 '군체'에 연이어 출연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구교환의 시대'라는 수식어에 대해 대중과 친해지는 과정이라고 겸손하게 답했으며, 자신이 연기한 인물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가장 큰 찬사로 여겼다. 구교환은 현장의 피드백을 빠르게 흡수하는 것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으며, 수치나 인기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연기의 재미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 구교환 / 사진=쇼박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동시에 집어삼켰다. 연초 영화 '만약에 우리'로 260만 관객의 마음을 녹이더니,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로 지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영화감독 지망생 황동만으로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개봉한 영화 '군체'에서는 인류 멸종을 진화라 맹신하는 미치광이 생물학자 서영철로 분해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고 흥행까지 거머쥐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바야흐로 구교환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단에 있는 캐릭터들로 흥행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구교환을 아이즈(IZE)가 만나 그가 치열하게, 또 유쾌하게 빚어낸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쏟아지는 찬사와 '구교환의 시대'라는 수식어에 그는 특유의 멋쩍은 웃음으로 손사래를 쳤다.

"구교환의 시대까지는 너무 과하고 민망한 감정이 있어요. 요즘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 '동만아' 하고 불러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저 대중과 친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친해지고 싶고요. 제가 연기한 인물로 불린다는 것 자체가 그 작품의 세계에 온전히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떤 상보다 기분이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역할로 기억된다는 것만큼 배우에게 큰 찬사가 어디 있을까요."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린 '모자무싸'의 황동만은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기면서도 끊임없이 떠들며 생존을 증명하려 했던 인물이다. 구교환은 박해영 작가의 섬세한 대본 위에서 자신만의 박자로 동만을 체화했다.

"동만이를 연기하면서 마치 원작이 있는 만화나 소설을 실사화한 작품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어요. 박해영 작가님에게는 따로 '이 연기를 이렇게 할 겁니다'라고 말하거나 논의하진 않았어요. 작가님은 글로, 저는 연기로 대화하는 느낌이었죠. 따로 연락드려서 리뷰를 묻거나 하진 않았지만 제 동만이가 잘 전달됐는지 궁금한데 부디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구교환 / 사진=쇼박스

'모자무싸'에서 가장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의 콤플렉스를 대변했다면, 연상호 감독과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 '군체'에서는 압도적인 공포의 핵이 됐다. 감염자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 다니며 극의 서스펜스를 조율하는 그의 모습은 관객에 서늘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군체'를 하면서 가장 재밌었던 건 서영철이라는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 혼자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100명의 감염자들과 함께 움직이거든요. 현대무용 하시는 분들, 댄서분들, 배우분들과 함께 서영철이라는 인간을 모두가 나눠서 연기한다는 개념이었어요. 시나리오에 '감염자들 사이로 유유히 지나간다'는 지문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신 분들이 '3대 워킹신'이라고 부르시더라고요. 제가 흥미로워한 지점이 역시 관객에게 닿는구나 싶어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뒤틀린 악을 연기하면서도 그는 캐릭터를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철저히 상대편인 권세정(전지현)의 입장에 서서 연기했다. 구교환은 "'서영철 패고 싶다'는 댓글이 아주 기억에 남는다. 최고의 찬사"라며 통쾌해했다.

'반도', '괴이', '기생수: 더 그레이' 등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서로 노력은 하는데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짚었다.

"촬영 당일에 감독님이 치열하게 준비하신 시간이 느껴져요. 저도 준비해 가는 게 있고요. 서로 과시하지 않고 조용히 노력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봐 줍니다. 감독님은 항상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대를 담아내세요. 가르치려 들지 않으면서 관객들이 이야기를 나누게 만드는 그 재능이 부럽고 질투도 나요."

배우 구교환 / 사진=쇼박스

쉴 틈 없는 다작 행보 속에서도 구교환의 연기가 매번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현장의 공기를 유연하게 빨아들이는 흡수력에 있다. 스스로를 "서비스가 되게 좋은 배우"라고 칭한 그는 현장의 피드백을 즐긴다.

"저는 피드백을 잘 수용하는 게 장점이에요. 이렇게 해달라고 하면 바로 그렇게 해드리죠. 서영철이 우는 장면 첫 테이크 때 눈물을 흘렸는데, 감독님이 '천천히 미소로 끝내보자'고 하셔서 바로 '네' 하고 찍었어요. 질문도 안 하고 알겠다고 바로 해요. 이 소문이 퍼졌나 봐요.(웃음)"

쉴 새 없이 작품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1년에 촬영을 절반 정도만 하는데 공개 시기가 겹쳐서 계속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라며 "365일 연기하면 노동법에 걸려서 신고해야 한다"고 농담을 던진 그는 수치나 인기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재미라는 본질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전성기를 통과하고 있다.

"인기에 대한 불안이나 유지라는 개념은 없어요. 제가 점수를 받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수치를 신경 쓰는 순간 엄청 경직된 인간이 될 것 같아요. 저를 위해서라도 그런 숫자는 보지 않고 오직 캐릭터 자체에만 집중해서 제가 재미를 느끼는 것들에 몰두합니다. 연기하면서 거대한 꿈이 있다기보단 그냥 이 일을 하고 싶고 계속 재밌었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할 때마다 사랑할 것이 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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