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계 어른' 심수봉은 왜 자충수를 뒀을까? [IZE 진단]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9.22 09:37

심수봉의 사과로 파장은 마무리 수순이나 아쉬움은 남아

가수 심수봉이 제10회 진안고원 트로트페스티벌 무대에서 후배 가수 김다현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논란이 일었다. 심수봉은 실언을 인정하며 특정인을 비난할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고 김다현 측도 이를 수용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는 달라진 트로트 시장 환경에 대한 기존 가수의 불만이나 가창력에 대한 견해 차이 등 다양한 해석을 낳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심수봉, 사진출처=스타뉴스DB

지난 21일, 트로트 시장이 꽤 시끄러웠다. 한국의 트로트 시장을 대표하는 가수인 심수봉(71)이 후배 가수 김다현(17)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심수봉은 급히 사과했고, 김다현 측은 이를 수용했다. 빠르게 상황이 수습되는 모양새지만 의문은 남는다. 왜 심수봉은 손녀뻘되는 후배 가수를 사실상 ‘저격’했을까?

먼저 상황을 짚어보자. 심수봉과 김다현은은 지난 20일 전북 진안군에서 열린 ‘제10회 진안고원 트로트페스티벌’에 참여했다. 김다현이 먼저 무대에 올랐고, 심수봉이 뒷순서였다. 이 자리에서 심수봉은 "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여기 혹시 그 매니저가 와 있냐. 젊은 아가씨가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노래를 듣고 내가 너무 힘이 든다. 여러분 앞에서 얘기한다. 앞으로 내 앞에 저 선수 내보내지 말아 달라. 나 지금 너무 어지러워서 쓰러질 것 같다"고 말하면서 "노래라는 걸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인생의 경험도 해보고 고생도 해보고 이렇게 찾아오신 분들을 위로해주는 음악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지자 심수봉은 즉시 태도를 바꿨다. 21일 "실언을 했다"면서도 "특정인을 향한 비난은 아니었다. 앞 순서 가수가 정확히 누구인지 몰랐고, 특정인을 망신 주기 위해 한 말은 절대 아니었다. 그럼에도 어른으로서 후배 가수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한 점은 분명 잘못되었다"고 고개 숙였다.

심수봉은 이 직후 김다현에게도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다. 김다현은 21일 인스타그램에 "심수봉 선생님과 직접 통화했고 선생님께서 직접 사과의 말씀도 해주시고 격려도 따뜻한 위로도 해주셨다"며 "팬들도 이번 일로 속상하고 걱정하셨냐. 저는 마음 잘 추스를 테니 걱정 마시고 우리 밝은 모습으로 만나자. 감사하다"고 입을 열었다.

이렇게 상황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심수봉이 빠르고 잘못을 인정하고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했다. 까마득한 후배인 김다현이 추후 이를 문제삼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의문점은 남는다. 심수봉은 왜 이런 경솔한 행동을 했을까? 40년 넘게 활동하며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인물은 것을 고려하면 더욱 납득할 수 없는 행보다.

앞서 심수봉은 사과문을 통해 "평소 가요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있었고 행사가 있던 당일에는 행사장 소음으로 인해 큰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모두가 웃고 즐겨야 할 트로트 축제 현장에서 적절치 않은 순간에 상식을 벗어난 말로 뱉어진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그리 수긍하지 않는 입장이다. ‘평소 가요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유독 김다현을 향한 뾰족한 가시로 표출될 뚜렷한 이유가 없다. 행사장 소음을 거론한 것도 매한가지다. 실제로 일부 지역 행사장의 음향 상태가 고르지 못해 출연 가수들이 불만을 드러내는 사례는 왕왕 있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번지수가 틀렸다. 주최 측과 음향 담당자를 탓할 일이지, 앞서 무대를 치른 김다현을 향해 감정을 뿜어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앞 순서 가수가 정확히 누구인지 몰랐다"는 말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심수봉은 ‘여자애’ ‘아가씨’ ‘선수’ 등의 표현을 썼다. 누가 무대에 섰는지 모른다면 이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바로 뒷순서였기 때문에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면서 앞선 무대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달라진 트로트 시장 환경에 대한 불만이 표출될 것 아닐까?"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트로트 시장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방송되며 완전히 달라졌다. 임영웅, 송가인, 영탁, 이찬원, 김호중, 김다현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잇따라 수급됐고 트로트 붐이 조성됐다. 게다가 ‘팬덤’ 시장이 됐다. 오랜 기간 트로트는 대중의 애환을 달래는 노래로 자리매김했는데 구름같은 팬덤을 몰고 다니는 가수가 등장하면서 기존 시장과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갔다.

문제는 기존 트로트 가수들이 설 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트로트 스타들이 시장에 공급됐지만, 파이가 그만큼 커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일정 수준의 팬덤을 확보한 가수들은 끊임없이 공연을 하며 다양한 행사에 초대된 반면, 기존 트로트 가수들은 후배들이 조금씩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섭외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밀린 셈이다.

이 날 김다현은 오프닝을 장식했다. 상징적인 자리였다. 그리고 심수봉이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 이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심수봉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젊은 트로트 가수의 가창력에 대한 설왕설래도 있다. 심수봉은 이미 ‘레전드’ 반열에 오른 가수다. 최근 높은 인기를 얻은 가수들과 감히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과와 일가를 이뤘다. 그런 심수봉의 입장에서는 후배들의 무대가 아직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멘토로서 무대 밖에서 조언을 하는 것과 무대 위에서 직격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심수봉은 후자를 택했다. ‘좋은 어른’으로서 자세를 잃어버렸다. 오랜 기간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심수봉이 이번 사태를 통해 크게 비판받는 이유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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