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은 실패하지 않는데…'닥터X', 작위성에 흔들린 시청률 [드라마 쪼개보기]

한수진 ize 기자
2026.11.02 10:19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김지원의 안정적인 연기에도 불구하고 작위적인 연출로 인해 시청률 하락세를 보였다. 7·8회에서는 5·18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과정이 그려졌으나, 상황을 연극처럼 재현하는 방식이 현실감을 떨어뜨리고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6회에서 19.5%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8회 15.6%까지 떨어지며 매회 경신하던 상승세가 꺾였다.
'닥터X' 방송화면 / 사진=SBS

김지원은 흔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그의 단단한 연기를 끝까지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환자를 살리겠다는 계수정의 신념은 분명하지만 이를 강조하는 극적 방식이 과해지면서 오히려 몰입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30·31일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 7·8회에서는 과거의 상처를 지닌 오상범(하성광)과 어린 환자 유가을(기소유)을 살리기 위해 수술대 앞에 선 계수정(김지원)의 모습이 그려졌다.

수정은 삶을 포기하듯 수술을 택한 오상범에게 "기필코 성공할 거예요. 살아있을 가능성에서 도망치게 둘 순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8회에서도 연이은 수술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가을의 집도를 결정한다. 그동안 반복해 온 "나는 실패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은 능력 과시가 아닌 환자를 위해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에서 비롯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닥터X' 방송화면 / 사진=SBS

김지원은 계수정의 확신을 과장된 영웅성보다 절제된 태도로 표현한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면서도 환자의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단호한 말투 안에 절박함을 담는다. 차가운 외면과 따뜻한 신념이 공존하는 인물을 안정적으로 붙들면서 다소 만화적인 설정에도 현실감을 더한다. 계수정이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는 김지원의 연기가 인물의 중심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드라마는 계수정의 진심을 믿고 기다리기보다 감정을 거듭 설명하고 확대한다. 특히 5·18의 상처를 다룬 오상범의 이야기는 역사적 비극과 생존자의 고통을 환기하려는 의도는 분명했지만, 이를 전달하는 연출은 충분히 섬세하지 못했다. 의미를 강조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인물의 고통이 서사 안에서 자연스럽게 축적되지 못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처럼 보이는 순간이 생겼다.

의사들이 오상범의 트라우마 속 상황을 연극처럼 재현하는 장면은 그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환자가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도록 돕는다는 설정이지만, 주변 인물들이 역할을 나눠 상황을 재연하는 방식은 현실감보다 작위성을 키웠다. 일본 원작에서 가져온 극적인 과장성이라고 해도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장면까지 같은 톤으로 밀어붙이면서 감정의 무게와 극의 표현 방식이 어긋났다. 시청자가 인물의 아픔에 다가가기보다 장면을 연출한 의도를 먼저 의식하게 만든 것이다.

'닥터X' 방송화면 / 사진=SBS

초반 '닥터X'의 과장된 설정과 빠른 해결 방식은 통쾌한 메디컬 다크히어로물의 개성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야기에 역사적 상처와 생명의 존엄 같은 묵직한 의미를 더하려면 그에 맞는 섬세한 접근도 필요하다. 모든 감정을 극적으로 재현하고 대사로 해설하면 메시지가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

시청률 흐름도 주춤했다. 6회 19.5%까지 올랐던 시청률은 7회 16.5%, 8회 15.6%로 연이어 하락했다.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매회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던 상승세가 꺾였다는 점은 가볍게 보기 어렵다. 후반부로 갈수록 메시지는 무거워졌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시청자의 몰입을 충분히 따라잡지 못한 결과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지원은 계수정의 신념과 공감, 책임감을 흔들림 없이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배우의 연기를 강조하기 위한 더 큰 장치가 아니라 그 얼굴과 침묵을 믿는 연출이다. 계수정은 극에서 "나는 실패하지 않습니다"라고 자주 말한다. '닥터X' 역시 그 말에 걸맞은 설득력을 되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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