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을 위해 규제완화에서부터 세제·금융·택지지원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당분간 힐스테이트·래미안·자이 등 대형브랜드 임대아파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GS건설등 대다수 대형건설기업은 기업형 임대사업의 사업성과 재무적 부담을 이유로 사업진출을 고려하지 않거나 유보적인 입장이어서다.
이들 대형업체는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리츠(REIT's, 부동산투자회사) 등에 간접적으로 참여, 시공권 확보와 주택임대관리 영업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13일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일반 임대사업과 마찬가지로 기업형 임대주택사업도 사업추진시 발생하는 기금융자 등 대출금은 물론 임대보증금도 분양전환 전까지 회계상 부채로 처리된다.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사업을 확대하면 할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정부가 제시한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의무 임대기간은 8년이다. 최소 8년간 부채를 안고 가야 하는 것이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기업의 신용도가 나빠지고 영업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업계가 임대보증금 등에 대한 회계처리 문제를 기업형 임대사업의 성공 필수조건을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지적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은 최근 관련 문제를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회계상 상환의무가 있으면 부채로 정의한다"며 "특별하게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리츠 등 SPC(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기업형 임대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 역시 지배력(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연결재무제표 적용대상이 돼 부채 부담을 안아야 한다. 건설업체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이와 관련, 대부분 대형건설기업들은 임대보증금 등에 대한 회계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형 임대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건설 한 주택담당자는 "기업형 임대사업은 부채부담이 증가할 수 있어 쉽게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며 "직접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리츠 등에 간접적으로 참여해 시공이나 주택임대관리업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의무 임대기간 이후 집값하락 등으로 분양전환이 제대로 안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토부는 업계의 이같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60㎡ 이하 또는 2억원 이하 임대주택에 대해선 의무 임대기간 종료 후 LH가 매입토록 했지만 출구전략으론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다른 대형건설기업 한 임원은 "저리의 기금지원과 값싼 택지공급으로 사업성이 개선된 것은 맞지만 임대료 수익만으론 투자비 회수가 불가능하다"며 "결국 분양전환을 통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집값이 떨어지면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브랜드를 임대주택에 쓸 경우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라며 "기업형 임대사업은 여러모로 부담이 큰 사업이라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