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못떠나는 '사회초년생'…"갈 곳이 없다"

신현우 기자
2015.02.19 07:30

[그들이 사는 곳 - <2>20대 후반~30대 초반]"대학생과 신혼부부들에 낀 세대, 주거복지서 소외"

사회 초년생들이 높은 주거비용과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해 주거환경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주택가에 설치된 옥탑방./사진=신현우 기자

#직장 생활 2년차인 최 모씨(29)는 최근 이사를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펜트하우스에 이사했다고 말했지만 쓴웃음을 지었다. 다름 아닌 옥탑방이어서다. 주변 사람들은 직장생활 2년간 모아 놓은 돈도 없냐고 타박하지만, 최씨 주머니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최씨의 월급은 200만원 정도인데 월급이 입금되기 무섭게 월세 및 관리비 50만원, 학자금 대출 80만원, 휴대전화 요금와 기타 비용 40만원 등으로 빠져나가고 30만원만 수중에 남는다.

최근에는 담배를 줄이고 식사는 가급적 선배들과 하고 있다. 덕분에 '구두쇠'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문제는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많아 돈 모으기가 여의치 않다. 이사 전에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봤지만 전세보증금의 일정액은 본인이 선부담해야 한다는 조건 탓에 포기했다.

나 홀로 사회초년생이 '주거복지'에서 소외되는 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대학생 주거안정을 위해 기숙사를 지어주는 등 약자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사회초년생들은 돈을 번다는 이유로 오히려 외면당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월세를 전전하며 높은 주거비용에 신음하고 있다. 계속되는 월세 지출로 목돈 마련이 힘들어 결혼마저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19일 서울연구원 따르면 25세 이상 35세 미만 청년층이 서울 전체 1인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1%다. 이들은 관악구, 서대문구 등 대학가 주변과 고용 중심지인 강남·마포·구로에 주로 모여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학을 졸업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다른 집을 구할 여유가 없어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오히려 주변 직장인들이 몰려 괜찮은 월세 물건은 바로 계약이 된다. 수년간 지켜본 결과 이들이 월세만 전전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들이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다른 집을 구할 여유가 없어 대학가 인근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주택가./사진=신현우 기자

월세비용 지출로 목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주거환경은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사회초년생들에겐 전세대출도 쉽지 않다. 최근 세입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전세금 안심대출마저 일정액의 목돈이 필요하다. 전세금 대출한도 외에 비용 부담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전세금 안심대출은 대출 금리가 낮은데다 대출한도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전세 보증금 반환도 가능해 메리트가 있다"면서도 "대출을 받고 싶어도 본인 부담금이 부담스러운 사회초년생들에게는 벽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인 부담금 마련을 위해 은행권 대출 제도를 이용하고 싶어도 학자금 대출 등 직장 생활을 하기 전부터 생긴 빚 때문에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월세를 전전하는 사회초년생들은 전셋집에 사는 이들과 시간이 지날 수로 주거안정도와 저축현황에 상당한 차이를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높은 전세 보증금에도 전셋집에 사는 것은 월세를 전전하다 보면 목돈을 모을 여유도 없이 계속 지출만 하게 된다"며 "주거환경 역시 개선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월세대출 등의 금융지원에 앞서 임대료 조정에 먼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권지웅 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은 "대학생과 신혼부부들을 위한 정책은 있지만 사실상 낀 세대로 볼 수 있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정책은 부실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취업준비생 등을 위해 주거안정 월세대출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임대료가 비싸서 생기는 문제라는 인식보다 돈을 빌려주겠다는 문제로 인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10·30 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로 실시되는 '주거안정 월세대출'은 연 2% 금리로 매월 30만원씩, 2년간 720만원 한도로 이뤄진다. 저소득층 지원 취지를 고려해 보증금 1억원 이하이며 월세가 6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국토부는 우선 500억원 한도 내에서 올해 한시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 뒤 확대시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약 7000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