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거 절벽에 선 '칠포세대'를 위하여

배규민 기자
2015.08.31 03:00

최근 모 라디오방송에서 30대 중반의 한 개그맨은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당장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결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이 개그맨은 “가족과 같이 몸을 누울 수 있는 (월세보다는) 더 안정적인 주거형태가 있어야 결혼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해 청취자들의 공감을 샀다.

연애·결혼·출산 등 인생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해서 ‘칠포세대’로 불리는 20대와 30대. 취업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고 사회에 진출해도 ‘내집 마련’이라는 좌절에 부딪친다. 치솟는 전셋값과 월세 전환 추세로 주거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자산축적이 쉽지 않아서다. 이는 결혼과 출산을 더욱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게 하는 사회적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된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13% 상승, 62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저금리 영향으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수요 대비 물량이 부족한 탓이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늘면서 주거비 지출도 증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주거비 지출은 월 평균 7만3900원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다. 전세·자가 보유가구의 주거비 통계가 ‘0원’으로 잡혀 평균치가 낮게 나왔지만 실제 월세가구가 매월 지출하는 주거비는 이보다 훨씬 많다.

정부는 주거비 부담 해결책으로 ‘뉴스테이’와 ‘행복주택’ 같은 임대주택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체감도는 높지 않다. 민간 건설업체가 운영하는 뉴스테이 역시 월세 부담이 적지 않고 행복주택은 가구 수와 대상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전·월세난은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직격탄이라고 생각한다. 시급히 좋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월세난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더 심화되기 전에 ‘칠포세대’가 체감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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