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법건축' 사실상 용인하는 정부

송학주 기자
2015.12.22 05:35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옥탑방'은 사실 '불법건축물'(위반건축물)이다. 1960~70년대 농촌을 떠나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에는 셋방살이가 크게 유행했다. 양옥집이나 개량한옥에서 한두 개 방을 빌려 사용하는 형식이었다.

1970년대 이후엔 처음부터 세를 줄 생각으로 2층집을 지으면서 아예 주방과 화장실을 층별로 따로 주고 계단 역시 외부에서 출입이 쉽도록 만든 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세를 더 받을 요량으로 지하의 보일러실을 개조해 반지하 셋방을 만들고 옥상에 옥탑방을 들이기도 했다. 외관상으론 2층집이지만 사실상 4층집을 만든 셈이다.

그 결과 1980년대 도시의 골목길마다 반지하와 옥탑방이 있는 3~4층짜리 '빌라'로 불리는 다세대·연립주택이 빼곡히 들어섰다. 지하와 옥상에 셋방을 들이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합법과 편법의 경계는 모호했고 무엇보다 살 집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정부가 눈 감아준 측면도 있다.

게다가 때가 되면 옥탑방 등 건축법에 어긋난 주거용 건축물을 정부가 한시적으로 양성화해줬다.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란 어려운 명칭보다 '옥탑방 양성화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006년 이 법이 한시적으로 운용된 지 8년 만인 지난해 1월부터 또다시 이 법을 시행했지만 신청하지 않는 집주인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적발도 잘 되지 않을 뿐더러 적발되더라도 이행강제금을 내는 게 훨씬 이득이어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불법건축물의 이행강제금을 깎아주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불법의 경질을 따져서 이행강제금을 줄여준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불법을 용인하는 셈이다.

싼값에 불법건축물에 거주하는 저소득 세입자들은 주민등록 이전은 고사하고 확정일자도 받을 수 없고 월세 소득공제 등 법으로 정한 최소한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불법건축물에 거주하는 돈 없는 세입자들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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