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집값 담합, 정부 "예의 주시" 엄포 안통한다

서동욱 기자
2016.08.11 04:16

[우리가 보는 세상]

주택시장의 해묵은 과제인 집값 담합이 또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최근 서울 강북과 위례 등 일부 지역 아파트 입주민들이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전세가와 매매가에 대해 담합을 꾀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현황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본지 8월 9일자 15면 보도)

아파트 가격의 급격한 상승기나 하락기 때면 부녀회를 중심으로 '일정 가격 이하에 내놓지 말자'는 담합시도가 있었고, 정부는 담합 아파트 단지 공개 등의 조치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 부녀회에서는 "담합이 아니라 재산권 보호운동"이라고 맞서는가 하면, 분양받아 입주한 아파트가 분양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거래될 경우 이사를 못 오게 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집값 담합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법조계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담합행위에 대한 법률적 처벌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도덕적 비난의 대상일 수 있겠지만 사법적 잣대로 판단하기에는 애매하다는 것이다.

2002년과 2006년에도 정부는 집값 담합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법인격이 없는 아파트 부녀회의 행위를 처벌할 근거가 없고 담합에 따른 피해를 법률적으로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유야무야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녀회가 앞장서 아파트값을 올리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담합 행위의 주체를 사업체나 사업자 단체로만 규정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입법 움직임이 있었는데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 박상돈 의원은 집값 담합을 막기 위해 부동산 가격 정보를 검증할 '부동산정보관리위원회' 설치를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정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추진하기도 했다.

집뿐 아니라 무슨 물건이든 파는 사람은 비싸게 팔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지금의 주택시장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절되는 '정상적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집값 담합은 부동산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값의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무엇보다 무주택 서민들에게 큰 좌절감을 준다.

정부는 이번에 불거진 담합과 관련해 '현황파악'을 한다고 나섰지만 효과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담합이 미워도 정부가 감정적으로 대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도를 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행태로든 제재하지 않으면 담합을 없앨 수 없다. "예의 주시한다"면서 엄포만 놓는 정부 대책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미온적인 대처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처벌근거가 모호하고 적발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담합행위에 대처하는 것이 올바른 처사인지 정부 당국자들은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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