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투기판 되고 있는 청약시장, 제도개편 시급하다

서동욱 기자
2016.10.04 05:51

'묻지마 청약', 요즘 아파트 청약시장을 대변하는 말이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아파트 청약시장의 열기가 꺽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청약 경쟁률은 100대 1을 넘겨 올해 분양한 서울 아파트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아파트 청약시장에 뛰어들면서 강남권 인기 분양단지의 당첨가점 평균은 60~70점(최고 84점)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청약과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당첨자 명단에는 3살짜리 어린아이가 버젓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주택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연령은 만 19세 이상이지만 '부양 가족이 있는 세대주'라면 미성년자라도 접수가 가능하다는 예외조항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해당 건설사는 부적격 사실을 통보하고 당첨을 취소했지만 구멍 뚫린 청약제도의 단면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지금의 청약제도는 가수요를 양산하기 쉬운 구조라는 게 주택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아파트를 분양받은 후 6개월~1년만 지나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져 단기간에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가 만연하고 결국 청약 시장이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분양권거래가 판을 치고 있지만 정부 단속은 미미한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아 의원이 국토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말 이뤄진 분양권 전매는 총 10만7395건에 달했다.

이는 최근 2010년 이후 분양권 전매 건수가 최다였던 작년(14만9345건)의 71.9%였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9만3601건)보다는 1만3094건 많은 것이다.

하지만 단속 실적은 저조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분양권 불법전매 적발은 61건, 청약통장 불법거래 적발은 791건, 떴다방 등에 대한 행정조치는 22건에 그쳤다.

주택 전문가들은 과열된 청약시장을 안정화시키려면 강력한 분양권 전매 금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주택 전문가는 "투기 세력들을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 입주 때까지는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거나, 가능하면 2년 이상은 거주한 후에 매매가 가능하도록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수요자 위주로 청약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금의 청약제도는 청약통장 가입 후 1년만 지나면 1순위자가 될 수 있다. 다주택자를 비롯해 사실상 누구나 청약할 수 있는 구조인데 무주택자가 우선적으로 청약을 받을 수 있도록 청약 가점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약 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상태에서 거래가 과열되면 투기세력이 득세할 수밖에 없다.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시장을 위해서는 "분양권 전매 금지와 청약 제도 개편을 통해 투기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정부 당국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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