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노조 총파업으로 국내 양대 건설노동조합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간 양대 노조는 서로의 조합원들을 채용하라며 집회를 열었고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엔 양 노조가 합동으로 소형 타워크레인 안전대책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전국의 아파트·고층빌딩 공사 현장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 몫이 되지만 이들은 노조 눈치만 보며 속 끓이고 있다.
◇아파트·고층빌딩 공사 줄줄이 '스톱'=4일 서울 여의도 한 고층 빌딩 공사장에 있는 7대의 타워크레인이 모두 멈췄다. 마포구 '프레스티지자이' 아파트 공사장의 8개 타워크레인도 가동이 중단됐다. 위례신도시, 서울 상계동의 아파트 공사 현장도 양대 노조의 타워크레인 점거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A건설사의 경우 국내 공사현장에 있는 75대의 타워크레인 중 90% 이상인 68개가 멈춰섰다.
건설노조로 인한 공사 지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에도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개포8단지 재건축)' 아파트 공사 현장도 이틀가량 멈췄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근로자 김모씨가 "우리 조합원을 고용하라"며 건설사를 대상으로 고공농성을 벌여서다. 이후 한국노총 조합원 400여명이 집회를 열어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 현장에선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마찰을 빚으며 13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수억원대 피해에도… 건설사들은 속수무책=건설노조가 행동에 나서면서 발생하는 피해는 건설사들이 떠안는다. 아파트 공사 현장의 경우 기간이 한 달 늦어지면 입주도 한 달 늦어진다. 이 경우 건설사들은 분양자들에게 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미 받은 아파트 계약금과 중도금에 지체된 날짜 만큼 이자를 붙여 전 가구에 줘야 한다. 이 자금만 수억원에 달할 수 있다.
입주 기한을 맞추기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입,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공사비도 추가로 들지만 안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지체된 공사 기간을 앞당기려 공사를 급하게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건설사들이 노조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처지도 아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괜히 노조 심기를 건드렸다가 공사 지연 등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조 파업과 관련해 건설사 이름이 나가는 것도 꺼린다.
◇건설 노조 갑질?… 정부가 대책 마련해야=건설업계는 노조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건설사 협회들이 모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노조 갑질 사례를 취합,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건설단체에 따르면 한 건설현장은 노조 조합원들이 후속 현장의 채용을 요구하며 의도적으로 작업을 늦춰 골조공사 기간이 3개월 지연됐다. 지역 건설사는 건설노조 조합원이 사무실 이전 명분으로 요구한 현금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건설단체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 등 엄정한 사법처리 △노조원 우선채용 단체협약 시정명령 △불법행위 시 자격정지 등 법규정 신설 △건설사와 건설기계·조종사간 매칭 시스템 구축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위반 근로자에 책임 확대 및 처벌 강화 △건설노조 및 건설사간 실태분석과 개선방안 마련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 위한 정부차원의 캠페인 등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 건설노조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파업은 일부러 공사를 지연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벌이는 것"이라며 "안전 등을 도외시 하는 국토교통부에 책임이 있는 것이고, 몰아가기로 노조를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