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용산 대통령집무실, '50일 시간표' 중요한가

유엄식 기자
2022.03.31 05:30

'국방부 이전 20일, 대통령집무실 리모델링 30일'

윤석열 당선인이 밝힌 용산 대통령집무실 이전 50일 시간표다. 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TF(테스크포스)도 이에 맞춰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 정부가 지난 25일까지 예산 지원을 확정했다면 윤 당선인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5월 10일부터 용산에 입주할 수 있다는 구상도 이 스케줄에서 비롯됐다.

현 정부가 '안보 불안'을 이유로 예산 지원을 거부하면서 결국 이 계획은 어그러졌다.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다"고 선언한 윤 당선인은 한동안 현재의 통의동 집무실에서 임시로 국정을 살펴야 한다.

인수위 측은 용산 집무실 입주 시점을 6~7월로 예상한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즉시 예산을 확보해서 이전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윤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게 될 건설사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50일 시간표'는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일반 아파트 내부 수리도 견적에 따라 보름 이상은 걸린다. 공사 난이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세로 필요한 인력을 제때 투입하기 어렵고, 주 52시간제로 공사 시간도 제한되기 때문이다. 2019년 말부터 별관 신축, 본관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인 소공동 한국은행 건물도 이런 문제로 예정된 공기(26개월)를 6개월 이상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입주 시점을 맞추려 무리하게 작업을 하면 시공 품질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EMP(전자기파) 방호장치 등 특수설계가 반영된 국방부 건물은 일반 건물보다 리모델링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30일이란 공기는 매우 짧고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왕 집무실 이전을 결정했다면 공사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새 정부가 5년간 임시로 쓸 건물이 아니지 않은가. 주변 부지에 대통령 관저 신축 가능성도 열려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집무실이란 상징성도 고려해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집무실 이전에 반대한 응답률이 50~60%인데 이 중 절반 가량이 '성급한 결정'을 지적했다. 용산 집무실 이전 시점을 수 개월 늦출 수 있다는 신중함과 유연성이 속도전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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