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쪽 연구보고서 볼 시간 없다…초고속 수해대책 비결은?

방윤영 기자
2022.09.05 07:10

[머투초대석]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취임 후 연구방법론 바꿔…현안 대응 위한 '패스트트랙 제도' 도입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박사들이 생각하는 연구는 1년에 100쪽짜리 연구 보고서를 쓰는 거예요. 일종의 고정관념인데, 이걸 10쪽 내외로 줄이니 수해방지 대책이 이틀 만에 나오더라고요."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은 지난 4월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연구원 소속 박사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에 집중했다. 박사들은 1년 간 100쪽짜리 연구 보고서 한 건을 완성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긴 호흡을 가지고 깊이 있게 연구하는 박사들의 특성이기도 했다. 하지만 임 원장은 서울시가 수요자인 점에 주목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100쪽 짜리 보고서를 살펴보기 힘들 뿐더러 침수 피해 대책과 같이 시급한 현안을 대응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임 원장은 10쪽 내외의 연구 보고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수해 최소화 기술방안 8가지'다. 현관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쉽게 탈출이 가능한 방범창, 하수 역류시 맨홀 뚜껑이 열려 발생하는 사고 방지 기술 등을 제안했다. 박사 15명이 투입돼 이틀 만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현안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도 만들었다. 보통 연구계획서를 만들어서 위원회에 올리는 데 6개월이 걸리고, 위원회도 2주에 한 번씩 열린다. 하지만 급한 현안에 대한 연구는 수시로 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건 임 원장이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검토하고 정책에 반영한 경험이 풍부해서다. 그는 국가철도공단 행정직으로 입사해 KTX에 적용되는 첨단기술을 접했다. 이후 국회 건설교통위원장 정책 비서관으로 도로·철도뿐 아니라 주택·건축, 수자원 등까지 다뤘다. 기술뿐 아니라 법령, 예산, 국정감사까지 행정 절차를 경험했다.

서울시 정책비서관으로 일하던 당시엔 장기전세주택을 제안해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무주택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주택이지만 "처음에는 임대주택과 차이가 뭐냐, 분양수입이 줄어든다며 쓴소리를 들었다"며 웃었다.

임 원장은 "조선시대에 관노 출신인 장영실이 당대 최고의 과학자가 될 수 있었던 과정을 따라가보면 장영실을 한양 도성으로 데리고 온 사람, 관직에 나갈 수 있게 도운 사람, 세종대왕이 자리를 주고 싶은데 가능하냐 물었을 때 가능하다고 답한 황희 정승까지 있다"며 "서울기술연구원이 장영실을 발굴해 세상에 소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보람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필]

△1996~2000년 국가철도공단 △2002~2005년 국회 건설교통위원장 정책비서관, 정책보좌관 △2006~2011년 서울시 정책비서관·연구실장 △2010년 서울시립대 대학원 도시행정학 박사 △2011~2016년 서울시립대 연구교수 △2016~2022년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2022년 서울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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