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F(국제금융협회)가 최근 내놓은 '세계 부채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38개국(평균 60.3%) 중 2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우리나라보다 비율이 더 높은 국가는 캐나다(100.6%) 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는 지난달 12일 '잠삼대청'(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오는 6월 토허제 기간 만료를 앞두고 돌연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이를 4개월이나 앞당겨 풀었다.
올 초 오세훈 서울시장은 '규제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에서 "특단의 시기에 선택됐던 토허제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조기 해제 관련 군불을 지피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서울에서도 이른바 상급지로 불리는 곳만 오르고 있었는데 오 시장의 이런 메시지는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을 폭발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셋째 주(지난 17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값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5% 상승했다. 강남 0.83%, 송파 0.79%, 서초 0.69% 등 강남3구 아파트 값이 7년여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울 전체를 끌어올린 탓에 '오쏘공'(오세훈이 쏘아올린 공)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결국 지난 19일 '강남3구+용산구' 전체가 토허제로 묶였다. 4개 구(區) 전체(2200개 단지, 40만 가구, 총 110.65㎢)가 이렇게 된 것은 처음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토허제 해제 때 국토교통부는 물론 금융당국과 제대로 된 협의를 하지 않았던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가 친 사고를 정부가 나서 수습하게 된 모양새가 됐다.
특히 4개구 전체가 묶이면서 무늬만 강남(아파트 평균값 10억원 이하)으로 불리는 상당수 동(同)의 아파트 거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오 시장이 토허제 해제 배경으로 언급한 재산권 침해가 오히려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하게 됐다.
세종 관가는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토허제 조기 해제가 오 시장의 '조기 대선 출마'를 의식한 전략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강남을 중심으로 수도권 표심을 염두에 둔 선심성 규제 완화 행정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뒷말이 도는 것은 당연하다.
토허제 해제가 한 달 만에 원위치로 돌아가면서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마포, 성동, 광진 등에서는 이상 거래 징후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으나 정부는 "해당 지역을 추가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엄포를 반복하며 초유의 규제를 예고한 상태다.
건설업계는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3년간은 사실상 공급 절벽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본다. 박근혜 정권 말기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택지개발 자체가 드물었던 여파가 이제 도래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한다.
부동산 시장은 매우 민감하다. 정부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정부 때 규제 일변도의 종착지가 '미친 집값'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규제와 공급을 절묘하게 섞은 근본적인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은 기대하기 힘든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