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과천 아파트 기다리다 집값만 뛸텐데"…3040 무주택자 냉랭

배규민 기자, 김지영 기자, 남미래 기자
2026.01.29 14:38

[1·29 공급대책](종합)공급 의지는 확인, 관건은 실행 속도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그래픽=김현정

정부가 도심 공공부지를 총동원해 수도권에 6만가구를 공급하는 이른바 '영끌 공급' 대책을 내놓자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용산·과천 등 선호 입지에 공급 물량을 집중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 착공과 입주까지의 시간 차를 감안하면 단기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번 대책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대목은 공급 입지다. 윤수민 NH농협금융 부동산 전문위원은 "공급대책 가운데 가장 새롭고 규모가 큰 곳이 과천"이라며 "보상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주암지구, 과천신도시 등과 연계 개발할 수 있어 공급 속도와 시너지 모두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역시 수요자들이 '살고 싶다'고 느낄 만한 선호 입지라는 점에서 공급 부족에 따른 심리적 안정 효과를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이 실제 입주로 이어질 경우 시장 안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 도심, 특히 용산 일대 공급이 현실화하면 중장기적으로 집값과 전·월세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 대책이 당장의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산, 과천 등 대형 사업지를 중심으로 중장기 공급 파이프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정책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정부의 공급 의지를 재확인하는 신호"라며 "관계 기관 간 협의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이뤄지느냐가 정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실수요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30~40대 무주택자들 사이에서는 "공급 시점이 멀어 기다리다 집값만 더 오를 수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서울의 한 30대 직장인은 "과천이나 용산이 매력적인 입지인 건 맞지만 지금처럼 호가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기다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세 만기를 앞둔 맞벌이 부부들 역시 "이번 대책으로는 아무리 빨라도 2030년 이후에나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며 불안을 드러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수도권 6만가구 가운데 용산과 과천에 약 40%가 집중된 거점 중심 공급 구조"라며 "상징성은 크지만 발표 물량과 실제 착공 물량 간 괴리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와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고 태릉CC 역시 과거 주민 반대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우려는 과거 사례와도 맞물린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8·4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3.3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약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울에서 실제 착공에 들어간 사업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마곡 미매각 부지 1곳(1200가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계획 발표와 실행을 따로 떼어놓고 보는 불신의 시선이 여전하다.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 전문위원은 "서울의 연간 주택 수요는 약 8만가구 수준인데 이번 대책의 서울 공급분은 연간 환산 시 약 8000가구로 필요 물량의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포함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전반적으로 이번 공급 대책은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보다는 중장기 공급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이 매매를 미루고 공급을 기다릴 수 있으려면 분양 물량과 주택형, 분양가, 입주 시기 등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후속 대책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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