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공급 멈춘 시장, 더 누르는 격"…비아파트發 전월세 충격 우려

배규민 기자
2026.02.22 09:57
전국 2025년 비아파트 주택공급 증감률/그래픽=이지혜

다주택자 대출 규제의 여파가 비아파트 전월세 불안으로 번질 조짐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침체로 비아파트 주택 신규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금융 규제까지 겹치면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금융당국이 주택임대사업자 대출 만기연장 관행에 제동을 거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이어 대통령까지 기존 다주택자 대출 연장·대환 규제 강화를 지시하면서 임대 공급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기존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연장 및 대환대출 현황을 전수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신규 대출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만기 연장이나 대환 역시 사실상 신규 자금 공급과 같은 효과를 갖는 만큼 규제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임대사업자 대출 전반이 재점검 대상에 오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등록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기조는 비아파트 임대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텔과 빌라, 다세대, 다가구 등 비아파트는 구조적으로 임대 목적 수요 비중이 높은 데다 분양 물량의 상당 수준을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소화해왔다. 비아파트 임대 물량 공급을 책임져온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금융 여건이 달라지면 비아파트 임대시장 전반의 구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비아파트 공급 지표는 이미 꺾인 상황이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비아파트 공급은 인허가 3만3061호(-11.4%), 착공 3만1215호(-7.7%), 준공 3만311호(-28.0%)로 전년에 비해 모든 단계에서 감소했다. 특히 준공 물량 감소 폭이 커 입주 물량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수요는 월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난해 비아파트 주택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전국 76.4%, 서울 74.8%까지 상승했다. 전세보다 월세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비아파트가 서민·청년층 주거 기반을 떠받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졌다.

임대 거래량은 증가세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비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5만여 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 이상 늘었고 5년 평균보다도 20%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국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20% 넘는 증가율을 보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 임대시장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기 도래 대출이 원활히 연장되지 않거나 대환이 제한될 경우 임대사업자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이는 신규 분양 참여 위축이나 기존 물량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브리지론과 PF가 막히면서 비아파트 공급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라며 "임대사업자 금융까지 동시에 조이면 공급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임대시장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임대료 부담이 덜한 비아파트는 그간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이 초기 주거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전문가들은 이 영역의 공급이 위축될 경우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주거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행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이미 위축된 시장을 더 누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 규제 강화가 투기 억제라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비아파트처럼 임대 의존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시장 상황과 공급 구조를 함께 고려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