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3년간 재개발·재건축 8만5000가구를 조기 착공시키는 '핵심공급 전략사업'을 본격 가동한다. 시는 구역별 착공시기와 규모까지 상세히 공개하며 공급속도와 실행력을 함께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이주비 대출규제 등 현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시는 26일 기자설명회를 열어 2028년까지 정비사업 착공이 가능한 85개 구역, 총 8만5815가구의 명단과 일정을 공개했다. 당초 목표인 7만9000가구보다 6000가구 늘어난 규모다. 올해 당장 착공이 가능한 물량만도 24개 구역, 3만299가구에 이른다. 올해 착공계획 물량도 기존 계획(2만3000가구)보다 7000여가구가 불어났다.
올해 착공대상에는 △용산 한남3구역(5970가구) △은평 갈현1구역(4116가구) △노원 중계본동 백사마을(3178가구) △서초 방배13구역(2228가구) △동작 흑석11구역 △노량진4·5·7구역 △영등포 신길10구역 등 시장이 주목하는 정비사업장이 다수 포함됐다. 내년에는 △동대문 이문4구역 △노량진1구역 △은평 불광5구역 △성북 신월곡1구역 △개포주공5단지 △신반포16·12·27차 등 29개 구역, 2만9876가구가 착공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2028년에는 △개포주공6·7단지 △노원 상계2구역 △강북 미아9-2구역 △동대문 청량리6구역 등 32개 구역, 2만5640가구가 착공한다. 서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 착공을 통해 공급신뢰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공급실행력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3년간 총 8만5000가구 착공을 반드시 해내겠다"며 "공급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규제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확대되면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대상은 42곳에서 159곳으로 급증했다. 집을 팔면 매수자가 조합원이 될 수 없어 거래가 사실상 막히는 구조다. 이주비 대출 역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40% 적용과 심사강화로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실제 이 2가지 제약으로 인해 현재 정비사업장에서 이주·철거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서정숙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 재개발조합장은 "조합원 234명 중 63명이 이주비 대출이 불가능하고 부족자금만 160억원이 넘는다"며 "이주를 시작했지만 세입자 전세금조차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의 한시적 완화와 이주비 규제조정을 정부에 지속 건의하지만 아직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시는 우선 올해 주택진흥기금 500억원을 확보해 이주비 융자지원에 나선다. 오는 3월 접수를 시작해 4월 심사, 5월 집행을 목표로 하며 필요시 예산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이주비 규제완화를 수차례 정부에 촉구했지만 조정대상지역 등 근본적인 틀에 대한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500억원 규모 융자지원을 먼저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