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여목성'에 어떤 파격 구애할까…"확실한 먹거리" 입찰 사활 건 이유

남미래 기자, 김지영 기자
2026.03.29 08:00

[MT리포트] 서울 50조 정비사업 시장 열린다 (下)

[편집자주] 압구정·목동·여의도 재건축과 성수 재개발 등 서울 핵심 정비사업 단지가 동시에 시공사 선정 단계에 돌입했다. 주요 사업 공사비만 약 5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시장이 형성되면서 건설사 간 수주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 정비사업 시장의 규모와 향후 판도를 짚어본다.
'압여목성' 동시다발 입찰…8만채 수주 '빅매치' 시작

서울 주요 정비사업 현황/그래픽=김지영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으로 불리는 서울 핵심 노른자 정비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대형 건설사들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강변, 핵심 상업지구, 학군지 등 우수 입지에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는 만큼 건설사들은 올해 수주가 향후 수년간의 정비사업 먹거리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서울 핵심지 정비사업 수주는 수익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동시에 보장하는 만큼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형 건설사간 정면 대결이 예상되면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건설사들이 어떤 파격 조건을 제시할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먼저 시공사 수주 열기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곳은 2~5구역으로 나뉜 압구정 아파트지구다. 2구역은 지난해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고 나머지 3·4·5구역은 올해 5월 시공사 선정이 예정돼 있다.

이중 압구정5구역은 압구정 재건축 사업 가운데 유일하게 경쟁입찰이 유력한 곳이다. 현재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양사는 한강 조망을 극대화한 주거 설계를 제안하며 글로벌 건축설계사무소와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손을 맞잡은 곳은 글로벌 건축설계사무소 RSHP. 프랑스 퐁피두센터, 여의도 파크원, 더현대 서울 등 상업·문화시설은 물론 펜트하우스가 1억4000만파운드(약 2500억원)에 거래됐던 초고급 단지 '원 하이드 파크'를 설계한 곳이다.

DL이앤씨는 글로벌 설계사 아르카디스(Arcadis), 초고층 구조 전문기업 에이럽(ARUP) 등과의 협업을 예고했다. 아르카디스는 2024년 삼성물산과 남영2구역을, 에이럽은 GS건설과 송파한양2차·신당10구역 정비사업을 각각 수행했다. DL이앤씨는 또 압구정5구역에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를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인해 '돈맥경화'가 예상되는 만큼 조합원 대상 금융 지원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건설은 압구정5구역 수주를 위해 17개 금융기관과, DL이앤씨는 10개 금융기관과 각각 금융 협약을 체결했다.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이주비와 중도금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DL이앤씨는 자산관리와 세무, 상속·증여 상담 등을 제공하는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맞붙은 성수4지구는 최근 예상 밖의 진통을 겪고 있다. 시공사 선정 입찰이 무효화되면서 정비사업 절차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양사는 각각 '르엘'(LE-EL)'과 '더 성수' 브랜드를 제시하며 입찰에 나섰으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개별 홍보 정황이 포착되며 입찰이 무효 처리됐다. 다만 현 상황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해당 지역이 한강변 핵심 입지인 만큼 양사가 재입찰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 2조2000억원 규모의 성수1지구 재개발 사업에는 GS건설이 단독 참여했다. GS건설은 단지명을 '리베니크 자이'(RIVENIQUE XI)로 제안했다.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1월 특허를 출원한 '파노라마 조망' 구조 설계를 성수1지구에 최초 적용했다. 코너부 기둥을 제거해 기존 대비 20~25% 수준의 조망 확장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강 조망과 금융사 밀집 지역이라는 장점을 갖춘 여의도 재건축 역시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여의도에서는 15개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건설사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여의도 시범아파트다. 시범아파트는 여의도 재건축 단지 가운데 최대 규모로, 2493가구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이 수주전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4만7000가구 규모로 추진되는 목동 재건축 역시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목동6단지의 경우 지난달 열린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등 10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해외 대신 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올인'"…건설사 전략 바뀐다
주요 건설사 도시정비 수주 목표/그래픽=이지혜

서울 핵심 지역에서 대형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 전략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성장 동력이었던 해외 플랜트와 자체 개발사업 대신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핵심 먹거리로 삼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핵심 정비사업장은 말 그대로 막대한 사업비 규모에 분양 흥행까지 보장된 알짜 사업장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동시에 브랜드 입지까지 한단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수주 대상이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도시정비 수주 목표를 잇따라 상향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정비사업 수주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현대건설은 올해 12조원 규모의 정비사업 수주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통해 8년 연속 수주 1위를 달성하고 자체 정비사업 수주 기록도 다시 쓴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7조7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년 목표치 대비 약 54% 높인 수준으로 단독 입찰 등 수주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보수적으로 목표를 설정했다는 설명이다.

또 포스코이앤씨는 6조5000억원, 대우건설은 5조원을 각각 수주 목표로 내세웠다. 대우건설의 경우 역대 최고 수준의 수주 목표다. 이밖에 DL이앤씨,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도 전년 대비 정비사업 수주 목표액을 상향했다.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사업 리스크 관리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해외 플랜트 사업은 국제 정세와 원자재 가격, 환율 변동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발주 지연, 계약 변경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 종료와 발주 지연 등으로 해외 매출 변동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도시정비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이란 전쟁으로 인해 지정학적 불안이 확산되며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는 등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대부분이 해외 매출이 줄어든 상황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3분기까지 해외 매출이 5조3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7% 감소했다. 국내외 대형 하이테크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서 매출 규모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 역시 같은 기간 누적 해외 매출은 8조6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 감소했다. 해외 수주잔고도 2024년 말 25조9610억원에서 2025년 3분기 말 23조7378억원으로 8.6% 줄었다.

국내에서는 자금 조달 부담이 큰 자체 개발사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을 아직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한 모습이다. 최근 수년간 건설사들은 금융 리스크를 최대한 억제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재점검하는 추세다. 자체 개발사업은 토지 매입과 금융 조달 등에서 상당한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반면 도시정비사업은 조합이 발주하는 공사 중심 사업 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이미 형성된 도심 주거지에서 진행되는 만큼 주거 수요가 확정된 시장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 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가 명확하고 공사비 규모가 커 건설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의 경우 단지 규모가 수천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많아 단일 사업 수주만으로도 수조원 규모의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실제로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서울 핵심 지역 재건축 사업은 사업비가 수조원대에 달해 건설사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업계 전반을 관통하는 사업 구조 재편의 신호로 보고 있다. 서울 핵심 지역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도시정비사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 결과가 향후 국내 주택사업 시장의 판도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핵심 재건축 사업은 상징성과 사업 규모가 모두 큰 프로젝트"라며 "한두개 사업만 수주해도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실적을 확보할 수 있어 건설사들이 사실상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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