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잿값 40% 뛰고 그마저도 수급 불안"…건설현장 '4월 위기설' 확산

배규민 기자, 남미래 기자
2026.03.30 16:29
유가 상승시 건설 생산비용 영향/그래픽=이지혜

중동전쟁발 원자재 공급 불안이 가중되면서 건설업계에 4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당분간은 비축 물량으로 공사를 이어갈 수 있지만 비축 물량이 동나는 다음달 말부터는 공사 지연을 넘어 동시다발적 공사 중단 상황까지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일부 대형 건설사가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 가능성을 공식화하는 등 업계 전반이 '공급 리스크 현실화'를 전제로 한 선제 대응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서울시 은평구 대조1구역 사업장에 '공사비 원가 상승 및 공기 지연 우려'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사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건설은 '도급계약 제33조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 협의 필요' 문구도 명시했다. 이는 전쟁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길어지거나 공사비가 대폭 증액되는 경우를 가정하고 그에 대한 사유를 미리 문서에 남겨놓기 위한 움직임이다. 전쟁으로 인한 공사 지연이나 공사비 증가 등에 대해 '불가피성'을 선언하고 그에 대한 건설사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이번 공문에는 공사비 상승 압박에 대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현대건설은 자재 협력사들이 유가와 환율 상승 운송비 증가 등을 반영해 4월 일부 자재 가격을 일제히 10%에서 최대 40%까지 인상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대상 품목도 페인트, 폴리염화비닐(PVC) 창호, 단열재, 방수재, 도배지 등 건축 자재 전반에 이른다.

현대건설은 지난 2월 대조1구역의 공사비 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데 이어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불확실성이 커지자 구체적인 공사비 증액 내용을 통보했다는 설명이다. 대조1구역을 제외한 다른 사업장에는 공사비가 인상될 수 있다는 취지의 안내 공문을 보내고 공정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공문 발송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수급 상황과 가격 변동을 반영해 원가율 조정을 검토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건 현재 건설사들이 주목하는 변수가 가격이 아니라 공급이라는 점이다. 가격은 일정 부분 통제가 가능하지만 공급이 끊길 경우 공사 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미 공사현장에서는 일부 건자재 품목을 중심으로 공급 차질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나프타 영향을 받는 단열재와 방수재 등의 경우 공장에서 생산 중단까지 언급될 정도로 수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자재 부족에 따른 공기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중동사태 여파로 석유화학 연료인 나프타 재고가 급감하면서 국내 페인트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 가운데 25일 서울 시내의 한 페인트 도매점 앞에 페인트가 쌓여 있다. 원유를 정제할 때 얻는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원료로, 페인트는 나프타에서 나오는 용제와 수지를 주원료로 쓴다. 2026.03.25. ks@newsis.com /사진=김근수

원유에서 추출된 나프타를 분해해 생산되는 에틸렌은 혼화제 등 건설용 화학제품의 주요 원료로 사용된다. 혼화제는 콘크리트의 유동성과 작업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소재다. 사용량은 많지 않지만 대체가 쉽지 않아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품질 저하와 시공 지연으로 직결될 수 있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현재 비축 물량으로 4월 말까지는 (공급 부족에) 대응할 수 있다"면서도 "이후에는 에틸렌을 비롯한 주요 원자재 수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은 장비 가동과 자재 운송 과정에서 유류 의존도가 높고 석유화학 기반 자재 비중이 커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변화에 취약한 구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하면 건설 생산비용은 0.21% 오르고 50% 상승 시에는 1.06%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용 상승 영향도 경유 35.2%, 레미콘 8.5%, 아스콘 8.4% 등 핵심 투입 요소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 같은 구조가 단순 원가 부담을 넘어 공정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기계의 90% 이상이 경유를 사용하고 자재 운송 역시 육상 물류에 의존하는 만큼 연료와 자재 공급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공사 수행 자체가 제약될 수밖에 없다.

아직 자재 재고가 일정 수준 남아 있는 만큼 단기 충격은 제한적인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시간을 벌고 있는 단계 정도로 보고 있다.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착공 지연과 공기 연장이 현실화하고 이는 공사비 상승을 거쳐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은 불가피하고 자재 수급 불안이 지속할 경우 공사 현장이 멈출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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