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중동전쟁' 준비하는 건설업계…전문 인력 확보가 승부수

김지영 기자
2026.04.15 15:55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수주 기대감 솔솔…플랜트 인력 충원 속도

주요 건설사 플랜트사업 부문 인력 규모 변화 추이/그래픽=윤선정

건설업계가 일찌감치 중동전쟁 이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쟁발 재건 특수와 함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한 원전·가스발전소·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발주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는 전쟁 이후 전개될 해외 수주 경쟁의 승패가 플랜트 전문 인력 확보 여부에서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위축됐던 해외 플랜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시대 전환에 따른 전력 수요 확충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원전과 가스발전소, 해상풍력 등 우리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전략 변화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이클이 과거와 달리 단발성 회복이 아닌 구조적 성장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탈탄소 흐름과 에너지 안보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기술 집약형 플랜트 발주가 장기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사들의 인력 구조 변화에서도 변화하는 수주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전후해 플랜트 인력을 축소하던 건설사들이 최근 2~3년새 다시 인력 확충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내 주요 건설사의 플랜트 인력 변화를 보면 코로나19 시기 이후 지속되던 플랜트 인력 감축 움직임이 러-우 전쟁을 기점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업계는 이에 대해 단순한 경기 회복 대응이 아니라 향후 수주 확대를 대비한 선제적 투자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랜트 사업은 프로젝트 수주 이후 인력을 급하게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경험있는 인력을 미리 확보해둬야 입찰 단계에서부터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각사별 플랜트 인력 확보 수준을 살펴보면 삼성E&A가 단연 압도적이다. 삼성E&A의 지난해 기준 화공·비화공을 포함한 전체 플랜트 인력이 4200명 이상으로 전체 조직 구성원의 8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화공 부문은 약 2600명 수준(남 2206명·여 415명)으로 꾸준히 늘어난 반면 비화공 부문은 최근 감소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전통적인 플랜트 중심 구조에서 LNG, 수소,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친환경 에너지, 고부가가치 분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상황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플랜트 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2024년 1467명이던 포스코이앤씨의 플랜트 인력은 2025년 2537명으로 급증했다. 한해 동안 1000명 이상의 관련 인력을 늘리며 발빠르게 해외 수주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100명 수준으로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기준 1639명의 플랜트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5년 간 플랜트 인력을 꾸준히 늘려왔다. GS건설은 2022년 500명 수준까지 줄였던 플랜트 인력을 지난해 1028명으로 늘렸다. DL이앤씨 역시 지난 2022년 소폭의 인력 감축 이후 다시 플랜트 인력 충원에 나섰다. DL이앤씨의 플랜트 인력은 2024년 기준 1600명 선이다.

대우건설은 상대적으로 플랜트 인력 충원이 늦어진 상황이다. 대우건설 플랜트 인력은 지난해 기준 930명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뤄졌던 2021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대신 대우건설은 최근 신입 채용에서 플랜트와 토목 비중을 확대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모잠비크 LNG 액화 플랜트,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 비료 플랜트 등 착공을 앞둔 대형 프로젝트가 다수 대기 중인 만큼 플랜트 인력 확보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플랜트 부문 직원 수를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원전, SMR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 확대에 맞춰 인력 운영을 유연하게 가져간다는 설명이다.

인력 확보를 위한 건설사간 경쟁 구도도 나타나고 있다. 처우 개선, 인센티브 확대 등을 앞세워 경력직 모시기에 나선 것. 플랜트 사업은 설계·조달·시공(EPC)을 아우르는 고난도 산업으로 단순 인력 규모보다 경험 있는 인력 확보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 해상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는 높은 기술 장벽을 요구한다.

근무 환경 특수성도 빠른 인력 확보의 필요성이다. 해외 현장 중심의 사업 구조상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등 오지 근무가 잦고 장기 파견이 일반적인 만큼 인력 공급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랜트 인력은 해외 파견을 기본 전제로 하고 사막이나 해상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 지원자가 귀하다"며 "현장에 따라 별도 수당과 숙소, 항공 지원 등 처우를 크게 높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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