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애가 셋이라 이사 한번 가기가 쉽지 않아요."
서울에 사는 맞벌이가정의 A씨는 몇 년 전에 전세 낀 아파트를 매입했다. 하지만 거주는 이전부터 살던 전셋집에서 이어간다. 이른바 비거주 1주택자다. A씨의 경우 초등학교 1학년과 미취학 자녀 둘을 키우고 있어 당장 자기 집으로 이사하기가 쉽지 않다.
A씨는 올해 '상생임대주택 특례'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임대료를 일정 수준 이하로 올려 임대차계약을 하면 앞으로 집을 팔 때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양도소득세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거주요건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실거주 중심 부동산 세제개편 방침을 밝히면서 고민이 커졌다. A씨는 "제도가 바뀌면 주거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며 "당장 들어가 살 형편이 아닌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실거주 중심 부동산 세제개편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올해말 일몰 예정인 상생임대주택 양도소득세 특례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거주용도의 주택을 가진 경우는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여러 채를 갖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갖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9일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 검토과정에서 상생임대주택 특례연장 여부를 함께 들여다본다. 실거주 원칙과는 거리가 있지만 임대차시장 안정에는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양 측면을 놓고 저울질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상생임대주택은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 또는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임대료 인상률을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제한하면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월세 가격급등이 이어지자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2021년 12월에 도입됐다.
최근에는 실거주 중심 과세원칙이 강조되면서 상생임대주택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실제 거주하지 않고도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 예외제도여서 비거주 1주택 규제강화와 정책방향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전월세시장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순기능도 있다는 평가다. 정부 안팎에서는 기존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보호받지만 신규임차인은 그렇지 않은 만큼 상생임대주택이 일부 신규계약의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거주를 장려하는 정책방향만 놓고 보면 손질이 필요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존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보호받지만 신규임차인의 경우에는 상생임대가 임대료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상생임대주택이 단순히 다주택자의 절세수단으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학교와 직장, 육아 등 현실적인 이유로 당장 입주하기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입주시점을 조정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실거주 원칙과 전월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며 "결국 어떤 가치에 더 무게를 둘 것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