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잠정합의안 '부결' 후폭풍…셧다운 우려 커진 건설 현장

정혜윤 기자
2026.06.10 19:56
(안양=뉴스1) 김영운 기자 =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이 운반비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집단 휴업에 돌입한 8일 경기 안양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 믹서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수도권 지역 운송을 중단하며 노조 측은 수도권 조합원 약 8000명과 레미콘 운송장비 1만1000여 대가 이번 휴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6.6.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안양=뉴스1) 김영운 기자

수도권 레미콘 운송기사 파업이 잠정합의안 부결이라는 예상 밖 결과를 맞으면서 건설 현장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통상적인 협상 타결 수순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후속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레미콘 제조사 측과 운송 1회당 단가를 기존 7만5800원에서 8만원으로 4200원(5.5%) 인상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노조가 공개한 투표 결과에 따르면 투표 참여 조합원 7222명 가운데 찬성은 2213명(30.6%), 반대는 4931명(68.3%)으로 집계됐다. 노조는 잠정합의안 부결에 따라 사측과 후속 협상을 이어가는 한편 최종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현재의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파업이 2년마다 반복되는 수도권 운송단가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협상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양측의 대화를 중재해왔다. 그러나 정부도 잠정합의안 부결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잠정합의안 부결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 현재로서는 양측 입장을 다시 확인하면서 후속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 현장에서는 레미콘 타설 일정을 앞당기고 공정 순서를 조정하는 한편 일부 제조사는 평소보다 두 배 가까운 비용을 부담하고 대체 운송 차량인 용차를 투입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하루 이틀은 버틸 수 있었지만 3일 이상 이어졌다면 골조공정 자체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연계 공정까지 영향을 받아 사실상 셧다운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가 운영 중인 '레미콘 휴업 관련 기업애로 지원센터'에도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3시 기준 대형 건설사 12곳, 70개 현장에서 약 5만㎥의 레미콘 타설이 지연된 것으로 집계됐다. 협회는 중소 건설 현장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레미콘운송노조 노조원들이 9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열린 '건설사의 불공정거래 철폐 촉구 총력 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정부와 업계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공급 수단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안이 건설 현장 내에서 직접 레미콘을 생산하는 배치플랜트다.

국토부에 따르면 배치플랜트는 현재도 건축법상 가설구조물 신고를 거쳐 설치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일부 대형 재개발 현장 등에서는 이미 운영 중이지만 일반 건설 현장에서는 인허가 절차와 업계 반발 등으로 활용이 제한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도 설치는 가능하지만 지자체 수리 절차와 이해관계자 문제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반복되는 공급 차질에 대비해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잠정합의안 부결로 기존 협상 구조만으로는 반복되는 운송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건설업계는 건설기계 수급 조절 제도 개선과 대체 공급 수단 확보 등 공급체계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토부도 배치플랜트 활성화 등 제도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반복되는 공급 차질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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