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시장 위축과 맞물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체결된 신규 아파트 임대차 계약 5만1620건 가운데 월세 계약은 2만8005건(54.2%)으로 집계됐다. 2023년 43% 수준이던 월세 비중이 약 3년 만에 10%포인트(p) 이상 뛰며 전체 임대차거래의 절반 이상을 월세가 차지하게 됐다.
이 중 보증금이 '0원'인 순수 월세는 127건에 불과했다. 보증금과 월세를 혼합한 반전세 또는 준월세 형태의 계약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전세와 월세의 중간 형태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임대차 계약의 주류 형태가 다양한 혼합형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세 확대에는 수요와 공급, 양측의 변화가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임차인 입장에서는 전세사기 및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자금 부담은 늘지만 보증금 손실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임대인 역시 월세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보증금을 활용한 운용 수익보다 월세를 통한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가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와 전세대출 규제 여파로 전세 공급이 위축되면서 임대인의 월세 전환 유인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전세 감소와 월세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시장의 이중 부담 구조도 심화하고 있다. 전세를 선택하려는 수요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 부담이 커지고 월세로 이동하는 수요는 매달 고정 지출 증가에 직면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임차인의 총 주거비 부담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환경과 정책 변수, 전세 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대차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대응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완화하는 한편 월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차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아파트 임대시장 확대, 공공임대 공급 강화, 임대차 유형 다양화 지원 등이 주요 대응 방안으로 거론된다. 아파트 중심의 수급 구조를 완화하고 임차인의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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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정책 대응이 지연될 경우 임차인 부담 증가와 시장 불안정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중하급지에서는 아파트와 비아파트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지역도 꽤 있는 만큼 비아파트 규제를 완화하고 이동을 유도하는 방향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