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형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조합 임원의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1000억원 넘게 환급금 규모가 늘어난 단지에서조차 임원 성과급에 반대하는 모습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이하 휘경자이) 조합은 지난 12일 열린 조합원 정기총회에서 조합 임직원 및 대의원에 총 16억90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하려 했으나 조합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초 책정된 성과급 수준은 조합장 4억원, 상근이사 3억원, 이사·감사 6명 각 3000만원 등이다.
주목할 점은 이날 총회에서 비례율을 기존 145%에서 155%로 10%p 상향하는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이 통과됐다는 것이다. 비례율이란 정비사업 후 총수입에서 총사업비를 뺀 금액을 종전자산평가액으로 나눈 것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비례율이 100%를 초과하면 조합원에게 돌려줄 개발이익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실제 휘경자이 조합원에 돌아가는 총환급금은 1050억원 규모로 전체 조합원이 66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1인당 평균 1억5000만원이 넘는 돈을 돌려받게 된다. 조합 관계자는 비례율 상승 배경에 대해 "용역업체 선정 최적화 및 공사비 절감 등 다각적인 비용 감축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입주 후 비례율이 대폭 상향되는 건 매우 드문 사례다. 그런데도 조합 임직원의 추가 보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이는 분양가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다.
휘경자이는 전체 1800세대 중 430세대가 분양 수익과는 무관한 임대주택이다. 일반분양(700세대)에서 최대한 이익을 냈어야 하지만 상당수 조합원들이 분양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분양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2023년 휘경자이 3.3㎡당 평균 분양가는 2930만원으로 같은 시기 인근에서 분양한 '래미안 라그란데'(3285만원), '이문 아이파크 자이'(3550만원) 등에 비해 300만~600만원 낮다. 사업수익 측면에서 기대 이하라는 불만들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한 휘경자이 조합원은 "부동산 시장 상승기 초입에 선두로 분양한 만큼 인근 신축 단지 수준으로 분양가를 높였다면 사업 수익이 더 크게 남았을 것"이라며 "너무 싸게 팔았다는 인식 때문에 비례율 상승에도 조합 임직원 성과급 지급에 반대한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서울시는 2015년 '정비사업 조합 등 표준 행정업무 규정'을 개정해 조합 임원에게 임금·상여금 외의 별도 성과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비사업 수익은 조합원 전체가 배분 대상인 데다 성과급 지급 기준 및 평가 방법 검증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에 그쳐 성과급 지급 관행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조합 임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충실한 직무수행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은 "추가 보상이 사업 성과를 높이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과급 지급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다만 과도한 성과급 지급 논란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관련 기준을 마련해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