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세 전환 요구에 월세도 쑥…"이럴 바엔 집산다" 임장 나서는 세입자들

남미래 기자
2026.07.02 15:57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다시 커진 25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30% 올랐다. 경기도에서는 반도체 기업 셔틀버스 노선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셔세권'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2026.6.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 전세 거주 중인 직장인 김모씨(37)는 최근 주말마다 서울 외곽과 경기권 아파트 단지를 돌며 임장을 다니고 있다. 계약 갱신을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반전세 전환을 요구받자 아예 주택을 매수하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달 내는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를 생각해보니 이 정도면 집을 사고 원리금을 갚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매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순수 전세 매물이 줄면서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가 빨라지고 있다. 전세를 연장하려던 세입자들은 반전세나 월세로 돌아서거나 김씨처럼 주택 매수 전환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하반기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와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더해지면 전세의 월세화와 전세 거주자의 매수 전환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 전세가격지수 변동률 및 월세/그래픽=김현정

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인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30%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0.27%)을 웃돌았다. 올해 누적 상승률도 전세 5.10%, 매매 5.11%로 사실상 같은 수준까지 높아졌다.

전셋값 급등은 전세 매물 감소의 영향이 크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전세 매물은 2만406건으로, 올해 초 2만3060건보다 11.6% 줄었다.

전세 매물 부족은 매수 전환 흐름으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691건으로 전세 거래량(8324건)을 웃돌았다. 서울 아파트 월간 매매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앞선 것은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실거주 중심의 규제 환경과 전세대출 규제, 전세사기 여파 등이 맞물리면서 임대인이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51.3%로 전년 동기(44.0%)에 비해 7.3%포인트 뛰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정책과 규제 환경에 따른 구조적 매물 감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비거주 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와 세 부담이 이들이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임대 매물을 일정 부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물량 감소도 하반기 전세시장의 불안을 키울 변수다. 하반기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은 약 6만가구다. 이는 최근 5년 하반기 평균보다 32% 적은 수준이다. 여기에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 이주 움직임까지 더해지면 전세 물건 확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하반기에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 전세 품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려는 임대인과 전세대출 규제를 피하려는 임차인 수요가 맞물리면서 월세화와 월세 임대료 상승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전세난이 매수 전환수요를 자극해 매매가격까지 밀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송승현 대표는 "전세난이 매수 전환 수요로 연결되면 매매·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며 "서민 주거비 부담도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