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족과 함께 도심의 한 호텔을 찾았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수영장과 공원, 피트니스센터, 사우나, 조식 서비스까지 모든 편의가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됐다. 직원들은 친절했고 호텔 시설은 화려했다. 비용은 적지 않았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 '비일상적 서비스'는 만족스러웠다.
이 같은 호텔적 요소가 주택시장에도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호텔급' 커뮤니티와 서비스가 핵심 경쟁 요소로 자리 잡았다. 휴양지 리조트를 연상시키는 외관과 거대한 문주, 스카이라운지, 실내 수영장, 스파, 컨시어지, 발렛파킹 조식 제공, 세탁·청소 대행 등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과 서비스를 앞세워 조합원들의 표심을 녹이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호텔식 설계와 운영 구조는 높은 공사비와 유지비를 전제로 한다. 이는 결국 원주민과 조합원, 일반 수분양자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프리미엄'을 내세워 합의됐던 설계가 공사비 상승 국면에서 분담금 부담으로 되돌아오며 조합 내부 갈등이 불거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고급화 전략이 오히려 사업 지연의 요인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더 근본적인 질문도 존재한다. 과연 주거 공간이 호텔과 동일한 방식으로 설계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호텔은 짧은 체류 기간 동안 최상의 효율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제를 바탕에 두고 설계가 이뤄진다. 반면 주택은 장기간 거주하며 생활의 경험이 축적되는 공간이다. 출퇴근을 반복하고 아이를 키우고 가족을 돌보는 반복되는 일상은 호텔식 동선과 서비스와는 구분될 수밖에 없다.
주거의 본질은 '편의' 이전에 '생활'에 있다. 얼마나 화려한 시설을 갖췄는지보다 얼마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분양시장은 '보여주기식 고급화' 경쟁에 치우치는 모습이다. 나와 가족의 생활공간이라는 주택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과도한 서비스 중심 구조는 관리비 부담을 키우고 입주 이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고급화 경쟁이 결국 비용 부담과 갈등으로 돌아온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거주자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호텔은 매력적인 공간이지만 우리의 일상은 호텔에서 이뤄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