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노원구에서 10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약정을 체결한 30대 직장인 A씨는 9일 황급히 대출 상담을 받았다.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지만 KB국민은행이 내일부터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기존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A씨는 "4억3000만원을 대출받을 예정이었는데 (주담대 한도 축소로) 갑자기 1억3000만원을 더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금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해 매우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번 주 서울 강동구 아파트 매매계약을 앞둔 30대 신혼부부 B씨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6억원을 '풀 대출'받아 친정집 근처에 신혼집을 마련할 생각이었지만 대출 한도가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동대문구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 B씨는 "향후 육아를 고려해 친정집 근처에 살고 싶어 다른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라며 "다른 은행도 하루아침에 대출 한도를 줄일까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오는 10일부터 전국의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3억원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하면서 부동산 실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곳곳의 공인중개업소에는 주담대 한도 축소와 관련한 대출 영향을 묻는 문의가 이어졌다.
현재 정부 대출 규제에 따라 수도권·규제지역에서는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KB국민은행은 사실상 전국 모든 지역의 주담대 한도를 3억원으로 묶었다. 이에 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은행 대출을 신청하지 않은 매수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도봉구 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른 아침부터 기존 계약자도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지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며 "기존 계약자까지 규제가 적용되고 다른 은행들도 잇따라 대출 한도를 줄인다면 파장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미 중도금까지 납부한 매수자의 경우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잔금 지급이 늦어지면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은행도 하루아침에 대출 조일까…초조한 2030
생애 최초 주담대 한도까지 반토막 나면서 서울·수도권 입성이 더 힘들어졌다는 2030 세대의 불만도 상당하다. 지난달 기준 서울시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13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인 만큼 대출이 더 줄어들면 사실상 부모 도움 없인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반응들이다.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시중은행도 대출 한도를 축소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이날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1월로 예정된 잔금 일정을 앞당겨야 할지, 빠른 대출을 위해 계약서를 먼저 작성할 수 있을지 등을 문의하는 글이 잇따랐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한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2030세대는 구매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므로 전체 거래량도 둔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출 규제로 매매가 위축되더라도 집값이 곧바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대출 규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가족 간 차용 등 사적 금융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보편화됐다"며 "수요가 많은 15억원 안팎의 아파트 소유주의 경우 매도호가를 즉각 낮추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거래량은 감소하겠지만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활황에 화성시 동탄구 등 경기남부 아파트값이 튀고 이에 정부가 규제에 나섰지만 규제 첫 주 효과는 기대메 미치지 못했다. 신규 규제지역 모두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앞서 지난해 지정된 규제지역도 가격 오름세에 다시 불이 붙는 모습이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다만 경기남부 집값 상승세가 인근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를 이끌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부동산원이 9일 발표한 7월 첫 주(6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매매가격 지수는 0.23%를 기록해 전주(0.19%)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경기도 매매가가 상승하는 것은 반도체 산업 특수에 따른 경기남부 상승 영향이 크다. 이에 지난달 30일 정부가 동탄,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도 지정했으나 즉각적인 규제지역 지정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이다.
동탄은 1.29% 오르며 급등세를 이어갔고 기흥과 구리는 각각 0.56%, 0.64% 올라 전주에 비해서 상승폭이 더 커졌다. 기흥의 경우 동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동탄에서 빠진 수요가 일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주 0.41% 상승을 기록했던 수원 영통구가 이번 조사에서 1.19% 급등했다. 영통은 지난해 10·15 대책 당시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인데 최근 경기남부 상승세와 함께 선호 입지로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남부는 매매가 상승과 함께 전세가도 견조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광명시(0.53%), 영통(0.49%), 구리(0.36%), 동탄(0.36%) 등은 0.3~0.5%대의 주간 전세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는 서울 외곽지역 전세가 상승률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 역시 탄탄한 전세 수요가 매매가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남부 부동산 시장 전반이 달아오르고 있는 일부 비규제지역에서는 풍선효과를 기대하고 매도호가를 올리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남부의 매매·전세가 동반 상승세가 다른 비규제지역으로 확산될지 여부는 아직 더 지켜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 등 부동산 시장의 변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이번 지정된 규제지역들과 물리적 위치가 가깝거나 생활권을 공유하는 지역들은 매물이 부족한 곳들로 대출 접근성이 여전히 양호한 대체 지역으로 평가돼 실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다만 은행의 자율적인 대출총량규제 시행, 취득세 중과, 고금리 등 투자수요 유입 제한 요인 역시 대기하고 있는 만틈 강도 높은 풍선 효과로 이어질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내대출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사각지대로 떠오르자 금융당국이 기업들에 자율적인 대출 관리 강화를 요청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권 대출 규제를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과도한 사내대출이 주택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9일 금융위원회는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기업들의 사내대출 자율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 처장은 "사내대출에 대해 가계대출 규제를 직접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과도한 사내대출이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만큼 1순위 근저당권 설정, 원리금 분할상환, 다주택자 취급 제한, 고가 주택 제한, 주택 면적 제한 등 기업들의 자율적인 관리 노력이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사내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나선 것은 사내대출이 일반적인 대출에 적용되는 규제의 예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사내대출은 은행 기준 연소득의 40%로 제한되는 DSR이나, 규제지역에서 무주택과 처분조건 1주택 기준 40%까지 적용되는 LTV를 적용받지 않는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성과급과 함께 1.5% 금리의 사내대출 5억원을 도입하자 과도한 사내대출이 주택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삼성전자는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겠다고 밝히면서 LTV 규제는 받게 됐지만, DSR 규제에서는 여전히 자유로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보다 더 파격적인 대출을 지원하는 기업도 있다. 두나무는 사내대출로 임직원에게 최대 5억원을 주택자금을 지원한다. 토스는 최대 1억원의 무이자 대출을 제공한다. 두나무와 토스의 사내대출은 모두 LTV와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 기업에 다니는 직원의 경우 은행에서 DSR·LTV 한도를 꽉 채워 대출을 받고, 사내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와 가계부채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금융권의 LTV·DSR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는 방식의 은행 대출을 전제로 이자를 지원하는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와 빗썸은 모두 2억원씩 대출한도에 대해 각각 1.5% 금리분에 대한 이자, 월 50만원까지 이자를 지원한다.
금융당국은 당장 사내대출을 직접 규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 종합대책에도 사내대출 관련 추가 조치는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