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집값 보다 무서운 포모

[우보세]집값 보다 무서운 포모

배규민 기자
2026.07.1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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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길 잘했네."

한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인다는 소식에 지인이 건넨 말이다. 최근 6억원을 대출받아 서울의 한 구축 아파트를 매수한 그는 "조금만 늦었어도 계약을 못 했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반면 또 다른 지인은 집을 살 계획을 접었다. 대출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부모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같은 뉴스를 접한 두 사람의 표정은 달랐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둘 다 "지금 아니면 평생 집을 못 사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감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집값보다 심리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는 '나만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를 뜻한다. 주식시장에서 급등하는 종목을 뒤늦게 따라 사는 심리로 자주 등장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대출 한도 축소는 은행의 자체 결정이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에서 금융권 전반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흐름과 맞물리며 이런 불안을 키우고 있다. 앞으로 대출은 더 어려워지고 살 수 있는 집은 더 줄어들지 모른다는 걱정이 실수요자들을 조급하게 만든다.

취재 현장에서는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고 해서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살 수 있는 주택의 가격대가 계속 낮아진다는 게 더 들어맞는 말이다. '똘똘한 한 채' 선호로 강남에 수요가 몰렸고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자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제는 3억원 한도에 맞춰 10억원 이하 아파트로 눈길을 쏠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급은 그대로인데 선택지만 좁아지니 풍선효과는 반복된다.

더 큰 문제는 규제 때문에 매매를 포기한 수요다. 이들은 결국 전세와 월세 시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의 사정 또한 녹록지 않다. 서울은 입주 물량이 충분하지 않고 재건축 이주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전세 물건이 부족한 상황에서 매매 수요까지 더해지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늘어난 주거비는 종잣돈을 모을 여력을 줄이고 내 집 마련은 다시 멀어진다. 그 부담은 결국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같은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간다.

규제가 필요한 순간은 있다. 그러나 규제가 실수요자의 선택지만 줄이고 불안만 키운다면 정책의 효과도 오래가기 어렵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실수요자에게 선택지를 넓혀주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 포모도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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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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