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기숙사·시설에 아파트…정부, 수도권 '숨은 땅' 찾는다

이정혁 기자, 정혜윤 기자, 홍재영 기자
2026.08.10 17:04
공공기관 보유부지 활용/그래픽=김현정

정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기흥 기숙사를 비롯해 공공기관이 보유한 '숨은 땅'을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수도권에서 단기간에 활용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규모 택지뿐 아니라 수백가구 규모의 중소형 부지를 여러 곳 발굴해 공급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7일 부동산 정책 점검 회의에서 "기존 사고방식에 매달리지 말고 전환적으로 판단해서 과감히 생각하고 실천하라"고 관계부처에 주문했다. 신규 택지 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존 공공자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주택 공급 대안으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사례는 이미 있다. 경기 수원시 국토지리정보원 부지는 240가구 규모로 개발해 연내 착공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존 시설을 이전하거나 다른 시설과 통합할 수 있는 곳이나 현재 저밀도로 이용되는 부지 등도 추가 공급 후보군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부지는 토지 소유권이 이미 공공에 있다는 점에서도 활용 여지가 크다. 신규 택지의 경우 토지 확보부터 사업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기존 공공부지는 토지 매입이나 수용에 드는 절차를 줄일 수 있다. 부지별로 기존 시설의 이전 가능 여부와 주택 건립 여건 등을 따져 활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입지도 중요한 요소다. 공공기관 시설은 업무 편의를 위해 주요 교통망이나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특히 기숙사와 합숙소는 직원들의 출퇴근을 고려해 역세권이나 간선교통망 인근에 들어선 사례가 적지 않다. 단순히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접근하기 좋은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9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가 보이고 있다. 2026.08.09.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LH도 보유자산을 직접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성훈 LH 사장은 6일 강남 서울지역본부를 청년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구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 부지는 6588㎡ 규모로 강남구청역과 선정릉역 사이에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 부지도 8264㎡ 규모로 샛강역과 여의나루역 등에서 접근하기 좋은 입지다.

과거 매각을 추진했던 여의도 부지와 업무시설로 사용하던 강남 서울지역본부까지 주택 공급 후보군으로 활용하면서 공공기관 보유자산의 활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 용도로 계속 사용하거나 매각하는 대신 주택 공급에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기숙사와 합숙소는 활용도가 특히 높은 자산으로 꼽힌다. 직원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역세권이나 주요 교통망 인근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은 데다 이미 공공기관이 토지를 보유하고 있어 별도의 토지 확보 절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신혼부부 등 직주근접 수요를 겨냥한 주택을 공급하기에도 유리하다.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입지가 좋은 중소형 부지를 여러 곳 활용하면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지역의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공공기관 보유 부지라고 해서 곧바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시설 이전과 용도지역 변경, 인허가, 지방자치단체 협의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 있다. 활용할 수 있는 부지를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으로 전환해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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