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폭염은 일상 재난…그늘보행권 제도화"

윤지혜 기자
2026.08.19 13:29

(종합)
집 앞부터 지하철역까지 '그늘길'로 연결
내년까지 10개 시범사업…2028년 서울 전역 확대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그늘보행권' 선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보행그늘 확보를 위해 도시계획 및 정비사업에 보행그늘을 반영하여 제도화 한다. /사진=뉴시스

서울시가 '그늘보행권'을 서울 도시정책 기본원칙으로 도입한다. 올여름 서울 아스팔트 온도가 최고 52.5도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 3년간 서울 온열질환자의 31.4%가 길 위에서 발생하자 미국의 '셰이드 피닉스 플랜', 싱가포르 '워크 투 라이드' 등과 같은 그늘길을 서울 형편에 맞춰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마포구 망원동과 중구 청계천변, 구로구 G밸리 등 10곳에 그늘보행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2028년부터 이를 116개 지역 350개 가로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서울시청에서 이같은 내용의 '서울 그늘보행권 선언'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폭염이란 일상적 재난 속 우리가 매일 오가는 길 위가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공간"이라며 "서울의 보행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늘보행권은 지하철역, 학교, 시장, 병원, 공원 등 목적지까지 안전히 걸어갈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그늘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나무나 그늘막 개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그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성을 고려해 주요 생활거점을 잇는 그늘축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늘길 없는 청계천변(좌)과 그늘길을 조성한 모습(우)/사진=서울시
도시계획으로 '서울 그늘' 늘린다…재건축·재개발엔 용적률 혜택

서울시가 보도 6만7029개소, 총 4031㎞를 대상으로 오전 10시~오후 5시30분 건물·가로수 그늘을 분석한 결과, 서울 보도의 평균 그늘 비율은 44.4%를 기록했다. 이중 건물 그늘이 3분의 2, 가로수 그늘이 3분의 1을 차지했다. 가로수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 건물의 높이 ·위치, 도로 방향, 식재 공간과 차양 시설 등을 함께 조성해야 하는 이유다.

해외 고온 지역에선 이미 그늘보행권을 도입했다. 싱가포르는 2013년 도시의 주요 거점을 지붕형 보행망으로 연결하는 '워크 투 라이드'를 구축했고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는 5년간 6000만달러를 투자해 나무와 차양을 확대하는 '셰이드 피닉스 플랜'을 2024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서울시는 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그늘보행권을 반영하고 지구단위계획·정비사업·공공건축사업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건물·도로 조성시 건물의 높이·위치와 보도 폭, 식재 공간을 함께 계획하고 공개공지와 공공보행통로에는 큰 나무와 차양, 벤치를 연계해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도시정비사업 때 그늘과 휴게시설을 조성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해 민간 참여도 유도할 방침이다. 시는 현재 관련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체적인 기준을 논의 중이다. 또 시는 그늘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 정도를 평가하는 '보행그늘 시뮬레이션'으로 사업효과도 관리할 예정이다.

다만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실정상 그늘보행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창규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해외와 기후환경이 다를 순 있지만 이미 우리나라의 폭염 사정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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