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미사고로 인한 차량수리와 보험처리의 문제

양승규 서울대법대 명예교수
2015.02.09 07:30

도로교통은 우리 삶의 혈맥을 이루고, 자동차의 운행에는 크고 작은 사고가 뒤따른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극복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가 자동차보험이다. 보험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보험가입자로 구성되는 보험단체의 구성원들이 출연한 보험료를 기금으로 하여 보험사고로 말미암아 생긴 피보험자 또는 피해자의 손실을 전보하여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제적 안정을 꾀하는 제도이다. 자동차보험이 없이 교통사고로 인한 당사자의 분쟁을 처리한다고 할 때에 얼마나 큰 혼란이 따를 것인가를 상상해 보는 것도 뜻이 있을 것이다.

자동차의 운행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여 교통사고가 생긴 때에 보험회사가 사고처리에 관여하면 그 처리 비용을 보험자에게 전가하고 비교적 안정된 입장에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잇점을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사고가 발생한 때에 보험계약자는 보험자에게 통지하고, 보험자는 그 사고의 원인을 비롯한 손해의 정도를 조사하여 피보험자 또는 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하게 된다.

차량보험이나 자동차대물배상책임보험에서 경미한 사고로 그 차량의 범퍼 등 그 손상이 크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수리비용을 보험자가 담보하고 있는 경우에는 부품교체없이 충분한 수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품을 완전히 바꿔 그 수리비용을 가중시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높이고 보험료율의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한 보험사의 예를 들면30만원에서 100만원 이하의 사고건수가 996,230건이고, 이 가운데 부품교환율이 33.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상회복에 소요되는 수리비용이 부품교체 비용보다 큰 경우에 부품교환을 하는 것은 당연하나, 판금이나 도장으로 충분하게 원상회복을 할 수 있는 경우까지 부품교환을 고집하여 보험사에게 그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가중시키고, 그로 말미암아 선량한 보험 계약자에게 그 비용을 부담시키는 폐단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손해사정사의 적법한 손해사정에 대하여 불응하고 필요이상의 수리를 요구하여 보험사가 그에 응하지 않는 경우 민원을 제기하여 보험사를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의 하나는 억지를 부려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자 하는 현상이다. 교통사고의 현장에서도 과실있는 당사자가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려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판단하여 당사자의 책임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합리적인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바람직스럽다.

자동차 사고의 당사자들이 자신의 책임으로 차량의 수리비용을 부담한다고 할 때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스스로 자문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내 돈이 들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경미한 사고의 발생을 기화로 충분히 쓸 수 있는 부품을 교환하여 보험자에게 과다한 수리비용을 부담시키는 행위는 매우 사악한 짓이다. 우리의 의식을 바꾸도록 노력하는 것도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다.

보험사가 부담하는 보험금은 절대로 봉이 아니다. 자동차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자동차 운행자들이 공동으로 분담하여 교통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동차보험의 성격에서 그 비용은 다른 보험계약자에게 돌리는 것임을 일깨워야 한다. 그러므로 보험계약자를 비롯한 차량수리업자들도 건전한 자동차보험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물론 보험사도 교통사고의 통지를 받은 때에 신속하고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고처리를 함으로써 보험계약자를 비롯한 소비자의 믿음을 살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이러한 점에서 자동차정비업계를 비롯한 관련기관은 경미사고 수리기준을 마련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면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것이 요망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