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간편함이 익숙함을 넘어설 때

이창명 기자
2016.03.11 03:30

지난해부터 금융권에 핀테크 바람이 불면서 각종 앱카드와 페이가 쏟아져나왔다. 결제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결제가 간편해지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70개국에서 수집한 결제정보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금사용을 대체하는 전자결제가 1% 증가한 것만으로도 1040억달러의 재화와 용역이 창출된다.

결제서비스 불편함만 사라져도 해외에서 많은 외국인들이 국내 온라인마켓을 이용할 수 있다. 새로운 수출길이 열리는 셈이다.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면서 줄어든 비용은 연구개발이나 새로운 시장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각종 앱카드와 페이를 온라인 결제에서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만 오프라인 결제에서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카드사 직원조차 앱카드 등을 오프라인 결제에 활용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카드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해놓은 뒤 결제하는 것이 지갑에 여러 카드를 꽂아 넣고 꺼내 쓸 때보다 간편하다. 그렇다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쓰는 익숙함을 넘어서진 못했다. 카드사가 마주한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익숙함을 넘기 위해 해외에서는 '플라스틱카드 없는 카드'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비자카드는 오프라인에서 손동작만으로 바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지갑에서 카드를 커낼 필요 없이 손동작으로 계산하면 된다.

애플은 온라인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음성비서 시리로 주문하고 결제까지 하는 세상을 꿈꾼다. 아이폰에 대고 "시리, 지마켓에서 가장 저렴한 수분크림 좀 주문해줘"라고 명령하면 결제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카카오 등이 송금 방식으로 결제를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얼마 전 만난 이안 제이미슨 비자카드코리아 사장은 비자카드의 경쟁자는 더 이상 마스터카드가 아니라 카카오라고 말했다. 제이미슨 사장의 말은 더 이상 카드사와만 경쟁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카드사끼리 매기는 순위 다툼도 의미가 없다.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은 물론 애플 등 결제시장을 노리는 모든 기업과와의 경쟁에서 이길 준비를 했는지 카드사는 되돌아봐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