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코리안리에서는 롯데가(家)와 같은 '형제의 난'은 없었다.
지난달 원혁희 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원 회장의 상속 지분이 어디로 갈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코리안리 오너 일가는 '지배구조 모범기업'다운 선택을 했다. 원 회장 지분을 삼형제를 제외한 두 딸에게 전량 상속하기로 한 것. 이렇게 되면 오남매의 보유지분이 각각 2~3%로 골고루 분산돼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원 회장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전문성을 검증 받은 원종규 사장에게 경영권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별세한 원 회장의 상속지분 3.17%를 두고 시장에서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코리안리 오너 일가의 보유지분은 총 20.55%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원 회장의 부인인 장인순 여사(5.72%)다. 원 회장의 상속지분 향방에 따라 최대주주가 바뀌고 나아가 경영권 후계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삼형제의 보유지분은 장남 원종익 코리안리 고문이 3.52%, 개인 사업가인 차남 원 영씨가 3.48%. 코리안리 경영을 맡고 있는 삼남 원종규 사장이 3.50%로 지분이 엇비슷해 상속받는 지분량에 따라 누구든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원종익 고문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고 원 영씨는 보험업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다. 코리안리 평사원으로 입사에 30여년간 모든 직급을 거치며 전문성을 쌓은 원종규 사장의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지분 구조가 변하면 후계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왔던 게 사실이다.
코리안리 오너 일가는 그러나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원 회장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상속지분 전량을 장녀 원종인씨와 차녀 원계영씨에게 배분해 누구에게도 지분이 집중되지 않도록 한 것. 장녀 지분은 0.64%, 차녀 지분은 0.52%인데 상속지분을 받게 되면 지분율이 2%대로 올라선다.
결과적으로 오남매가 보유한 지분이 2~3%대로 골고루 분산된다. 이에따라 지분구도는 균형을 맞추면서 경영권은 원 사장에게 더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원 회장이 맡았던 이사회 의장직은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인 원 사장이 이어받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가를 비롯해 국내 대표 재벌가들이 상속지분을 놓고 자녀들간 갈등이 빈번한데 코리안리 사례는 재벌가 지분상속의 모범 사례가 될 만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분은 오남매가 나눠 갖고 경영권은 전문성을 검증받은 원 사장에게 집중해 소유·경영 분리 원칙이 지켜졌다"며 "이런 안정적인 구도를 바탕으로 코리안리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