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은행 사외이사 추천권은 얼마에 팔렸을까

권화순 기자
2016.11.15 05:42

‘우리은행 사외이사 추천권’은 가격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에서 ‘사외이사 추천권’은 투자 매력도를 높이려는 ‘비장의 카드’였다. 정부는 신규로 우리은행 지분 4% 이상을 사들인 투자자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선물’로 주기로 했다.

사외이사 추천권 가격을 단순 계산하면 시장가격에서 매각단가를 뺀 값이다. 주당 매각단가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에 회수된 공적자금 2조3616억원을 매각주식 총수 2억68만주로 나누면 1만1768원이 나온다. 본입찰일 종가 기준으로 우리은행 한주당 시장가격은 1만2750원이었다.

정리하면 주당 시장가격은 1만2750원이었는데 매각단가는 1만1768원으로 시장가격을 밑돌았다. 사외이사 추천권에 ‘프리미엄’이 붙기는커녕 8.3% 디스카운트 된 셈이다. 본입찰일 기준으로 일주일간 시장가격을 봐도 매각단가를 웃돌았다.

사실 낙찰자 7곳 중 2곳은 아예 사외이사 추천권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사외이사 추천권에 의미를 부여했으나 정작 투자자 반응은 심드렁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적어도 이 정도 가격은 넘어야 팔겠다”며 정부가 사전에 정한 예정가격 역시 1만1000원선 전후로 그리 높지 않았을 거란 추정도 나온다. 과거 4번의 매각과정에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고집했다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영향을 줬을 터다. 예전과 달리 여론도 “무조건 원가 이상에 팔아야 한다”고 다그치진 않았다.

그럼에도 사외이사 추천권이 디스카운트 당한 이유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 지분이 단 한 주도 없는 금융지주 인사까지 정부가 개입한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인 상황에서 이번 매각 후에도 예금보험공사가 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에 사외이사 추천권이 무슨 의미냐는 반응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낙찰자를 선정하는 자리에서 ‘자율경영’이란 단어를 세 번 연거푸 언급했다. 임 위원장의 약속대로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이 실현될지 첫 시험대로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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