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잘 나가던 P2P, 벤처 투자 유치 중단한 이유

송학주 기자
2017.02.15 15:54

최근 P2P(개인간) 금융업계 1위인 테라펀딩이 투자 유치 작업을 중단했다. 누적 대출 규모가 931억원으로 조만간 P2P 금융업계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들린 얘기라 그 배경이 궁금하다.

벤처투자 시장에서 P2P 투자 물꼬를 튼 곳은 테라펀딩이었다. 지난해 초 P2P 사업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을 때 업계 최초로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그 후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투자자들이 P2P업체에 몰렸다.

테라펀딩은 올초 1년 만에 다시 벤처투자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사업이 빠르게 확대되자 고속 성장을 뒷받침할 실탄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돌연 투자 유치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발표한 'P2P 대출 가이드라인'이 다음달 하순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P2P업체가 자기자본으로 대출을 해준 뒤 투자를 받아 채우는 식의 '선대출'이 금지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테라펀딩은 투자를 받아 자기자본을 늘린 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려 했으나 선대출 자체가 금지되면서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개인투자자의 P2P업체당 투자 한도가 1000만원으로 제한된 것도 투자 유치를 중단한 이유로 작용했다. 대출 재원을 투자받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업을 확장했다가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P2P 대출은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데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갑작스런 실직으로 인한 일시적 채무불이행이나 보증 등의 금융사고로 일시에 신용등급이 하락한 경우, 가족·지인 관련 채무로 신용점수가 하락한 경우 등 상환 의지와 관계 없이 이미 저신용자가 되어 버린 경우도 많다.

P2P 금융은 다양한 비금융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해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돼 고리의 대부업이나 카드론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중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P2P 금융에도 다른 금융업권과 형평성을 고려한 규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P2P금융이 '싹'을 틔우기도 전에 과도한 '메스'를 들이댄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는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