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모씨가 필기전형에 합격할 수 있는지’ 묻자 채용 담당자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금융감독원 채용청탁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중 한 대목.)
“합격 여부 등을 미리 알려는 차원의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된 문건이다. 당락에는 영향이 없었다.”(특혜채용 의혹 문건에 대한 우리은행의 해명.)
금감원 채용비리는 필기전형 합격 여부를 미리 확인하려는 데서 시작됐고 우리은행의 채용청탁 명단은 결과를 미리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국 영업점에서 수많은 채용청탁이 오는데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다”며 “VIP들이 ‘어떻게 됐냐’고 물어오면 ‘붙었다’, ‘떨어졌다’ 대답은 해주기 위해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모 은행장도 “채용시즌이 되면 각계각층에서 인사청탁을 받는다”며 “나 혼자 청탁 명단을 적어 놓았다 채용이 끝나면 발표 하루 전날 부탁한 사람들에게 결과만 미리 알려준다”고 했다. 정관계 인사들의 부탁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채용에 반영할 수도 없어 미리 결과만 알려 신경 썼다는 티를 낸다는 설명이다.
청탁 명단을 만들고 합격 가능성을 미리 알려준 기관에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 입김이 센 기관이나 규제산업으로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이 정관계 청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영업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중요고객의 청을 단칼에 자르기도 어렵다.
채용비리를 근절하려면 무엇보다 사회 권력층과 부유층이 아예 청탁하지 못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하는 이유다.
그나마 김영란법 시행으로 정부 공무원쪽의 인사 청탁은 많이 줄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채용시켜 달라는 것뿐만 아니라 합격 여부를 미리 알려는 것조차 기회의 균등을 위협하는 민주사회의 적임을 인식하고 아예 사적인 인사 관련 부탁이나 문의는 근절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