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막가는 거래사이트 "통제수단이 없다"

김진형 기자
2018.12.25 18:45

['가상통화' 열풍 1년]<6>유일한 통제수단 '실명거래제' 무력화…불투명성 커졌지만 정부·국회는 방치

[편집자주]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 이코노미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 즉 가상자산(암호화폐)은 블록체인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라는 믿음이 깨지고 있어서다. 블록체인 자체에 대한 회의론마저 제기된다. 1년 전 ‘이카로스’처럼 힘차게 날아오르다 초라하게 추락해버린 가상자산의 몸값을 통해 코인 이코노미의 실상을 짚어본다.

올초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던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은 1월말 거래실명제(실명확인계좌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잡히기 시작했다.

실명확인계좌서비스는 실명확인된 은행의 계좌를 통해서만 가상자산 거래사이트로의 입출금을 제한한 조치로 거래사이트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불투명한 자금의 시장 유입을 차단했다. 돈줄이 좁아지면서 거래 과열은 진정됐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가상자산 거래시장의 불길은 잡혔지만 시장이 투명해졌다고 평가하는 이들은 찾기 힘들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회사 소개가 없거나 업력을 알 수 없는 정체 불명의 신생 거래사이트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거래사이트 'A'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두리 거래소'로 불린다. 입출금을 수시로 통제해 한번 들어온 자금이 거래사이트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입출금이 안되다 보니 이 거래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일부 가상자산의 가격이 폭등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해외 거래사이트의 평균 시세 대비 1000배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거래사이트 'B'는 다른 거래사이트에는 없는 코인이 다수 상장돼 있다. 이 코인들은 발행주체가 불명확하고 백서도 기존 코인의 기술적인 부분을 그대로 복사한 수준이다. 정체가 불분명한 코인임에도 'B' 사이트는 이 코인들의 해외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공지사항을 올려 가격을 폭등시켰다.

이처럼 사기가 의심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내지 않는 이상 통제할 수단이 없다.

그나마 불투명한 거래사이트들을 통제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실명확인계좌'는 법원에 의해 무력화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월말 NH농협은행으로부터 거래중단(계좌 입금정지) 통보를 받은 거래사이트 '코인이즈'가 제기한 입금정지 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정부는 1월말 가상통화 거래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실시하면서 은행에게 실명확인계좌가 아닌 일명 '벌집계좌'(법인계좌)를 통해 투자자 자금을 받는 거래사이트의 계좌를 폐쇄시킬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은행 계좌가 폐쇄된 거래사이트는 투자자의 자금을 받을 길이 없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법원이 은행의 거래사이트의 계좌 폐쇄에 제동을 걸면서 '갑을'이 뒤바꼈다. 그동안 실명확인계좌를 내달라고 사정하던 거래사이트들은 더이상 은행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인이즈 사건 이후 '캐셔레스트'는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비슷한 가처분을 내 이겼고 최근 기업은행을 상대로도 같은 가처분을 내놓은 상태다. 블록체인 특허건수 국내 1위로 국정감사장에까지 출석해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호소했던 '코인플러그'는 결국 법인계좌로 투자자 자금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실명확인계좌를 쓰고 있는 거래사이트가 반드시 투명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1월말부터 실명확인계좌를 쓰고 있는 국내 대표 거래사이트 '빗썸'은 뒷돈 상장 논란에 이어 해킹 사고가 터졌고 '업비트'는 가짜계정을 만들어 허위거래를 일으킨 혐의로 최근 기소됐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의 방치는 계속되고 있고 국회는 변죽만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들이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란 입장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국회는 수차례 토론회만 열뿐 이미 발의돼 있는 거래사이트 규제 법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실명확인계좌 이후 거래과열은 진정됐지만 거래투명성은 제고되지 않았다"며 "코인시장은 존재하고 당분간 사라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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