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권에 여전히 만연한 '그림자규제'를 손본다. 명백한 근거 없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나 영업행위를 과도하게 규제하고, 소비자보호라는 명분으로 법령에 없는 검사나 제재권을 남용하는 일이 근절되지 않아서다.
21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사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그림자규제를 정비하기 위해 '금융권 그림자규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1분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그림자규제란 명시적인 법규가 아님에도 당국이 행정지도나 구두지시 등으로 금융사에 건건이 간섭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규제 형식으로 만들어진 각종 가이드라인이나 모범규준을 비롯해 당국이 금융사의 영업, 가격, 인사 등에 개입하고 민원으로 인한 분쟁 시 일방적인 수용을 권고하는 것 등이 모두 해당한다.
금융사가 그림자규제를 따르지 않아도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는 없다. 하지만 내부통제 등 다른 법규상 포괄적 조항을 근거로 제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융사들은 이를 또다른 규제로 인식하고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2016년에도 '행정지도 등 그림자규제 개선방안'을 통해 당국이 행정지도나 감독행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금융사를 제재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3년이 흐른 지금까지 개선방안 이행률이 낮고 그림자규제 철폐에 대한 체감도 높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 현장점검 등을 통해 그림자규제에 관한 애로사항이 계속되고 있어 각 업권별로 개선방안을 취합 중"이라며 "그림자규제 개선을 올해 금융위 업무계획에 포함시키고 정비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당국이 금융사의 건전성이나 영업행위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사례를 취합해 폐지하거나 완화할 방침이다. 금융환경 변화로 더는 유지할 필요가 없는데 관행으로 지속되는 규제도 개선 대상이다. 또 시장질서나 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제라도 당국의 검사와 제재가 필요한 경우 가급적 법규화해 검사권 등이 남용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법적인 근거 없이 금융감독원의 공문이나 보도자료 등을 바탕으로 제정된 각 금융협회의 자율규제도 재정비한다. 각 협회 별로 이 같은 규제만 수십 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엄연히 법규로 규제해야 함에도 행정 편의상 행정지도나 감독행정으로 운영되는 규제가 상당수이고 일부는 법규가 존재함에도 별도의 자율규정을 만들라고 지시해 이중규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당국의 과도한 그림자규제는 업계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금융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인 만큼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