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들이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에 대한 각종 질병 보장을 명목으로 30년 간 수백억원의 보험료를 받아오다 뒤늦게 돌려주게 됐다. 4월부터는 태아 상태에서 필요한 담보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받도록 상품 구조도 바뀐다.
7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어린이보험(자녀보험)을 판매 중인 모든 보험사에 최근 5년간 중도 해지자를 대상으로 태아 기간에 받은 질병 담보 등에 대한 위험보험료를 환급해 주라고 지시했다. 보험사들은 이달 말 환급 안내를 시작해 다음 달부터 보험료를 돌려줄 예정이다.
어린이보험은 태어나면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원비, 입원비, 치료비 등을 보장하는 상품인데 통상 특약을 통해 태아 상태도 보장한다. 문제는 태아 상태에서 보장을 받을 수가 없는 일부 질병 담보에 대해서도 보험사들이 그동안 보험료를 받아 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3대 주요 질병이나 치아 치료 같은 경우 태아 상태일 때는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자녀 질병 담보인 데도 태아 상태에서 보험료를 낸 것이다. 보험사들은 대신 태아 상태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보험 만기를 연장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임신 5개월에 태아보험에 가입했고 만기가 30세라면 자녀가 30세 시점에서 만기를 5개월을 늘려주는 식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가입자는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중도에 해지한 가입자는 만기 연장의 혜택을 볼 수 없어 결과적으로 보험료만 추가로 납부한 셈이 된다.
이에 대한 민원이 계속 발생하자 금감원은 최근 5년 내 어린이보험에 가입했다 해지한 계약자들에게 태아 기간 일부 질병 담보와 관련한 보험료를 돌려줄 것을 지시했다. 또 기존 가입자에 대해서도 만기를 연장해 주는 대신 보험료를 돌려줘야 한다. 보험사들은 이를 위해 사별로 수백억~수십억원대의 환급 적립금을 쌓아야 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태아 상태에 위험도가 더 높은 질병이나 태어나면 가입하지 못하는 담보들도 있어 각사별로 기준을 마련해 환급을 진행할 것”이라며 “고객 정보를 5년 이상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5년 내 해지한 고객을 대상으로 환급안내를 할 예정이지만 해지한 지 5년이 지난 고객들도 요청을 하면 보험료를 돌려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는 어린이보험 상품구조도 바뀐다. 태아 상태에서는 태아가 출생아보다 위험률이 더 높은 담보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받을 수 있다. 출산 이후에는 기존 어린이보험과 동일하게 보험료를 받으면 된다. 이렇게 되면 태아담보 특약과 어린이보험을 사실상 따로 판매해야 해 보험료가 저렴한 태아담보 특약의 경우 설계사들이 판매를 꺼릴 수 있다 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태아 위험도를 반영한 새로운 태아 특약은 약 5000원 내외의 저렴한 상품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저가의 상품이라 설계사들이 판매를 기피해 태아보험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보험은 1998년 현대해상이 처음으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5년간 판매 건수 약 124만으로 시장점유율 1위다. 2017년 손해보험사 수입보험료 기준 약 4조원대 시장으로 매년 70만 건 가량 신규 가입하는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