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영향력 아래 있던 금융결제원을 금융위원회가 접수한 것이다”
차기 금융결제원장에 김학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금융권 관계자가 내놓은 ‘관전평’이다. 1986년 금융결제원 설립 이래 한국은행 출신이 아닌 인사가 원장 자리에 앉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이례적인 일로 받아 들여졌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 5일 금융위에 사표를 냈다.
원장 내정시기는 공교롭게도 금융위가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금융위는 핀테크 기업에 금융결제망을 개방하고 이용수수료를 10분1로 대폭 낮추겠다고 했다. 금융위는 궁극적으로 핀테크 기업이 은행처럼 계좌를 개설해 입출금 서비스도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핀테크 기업에 금융결제망을 열어주고 계좌를 만드는 것까지 허용하려면 절차상 금결원과 한은의 동의가 필수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금결원의 최고의사 결정 기구인 총회는 한은을 비롯한 10개 사원은행으로 구성된다. 총회 의장은 한은 총재가 맡아왔다. 사단법인은 원래 금융위 관리대상 기관이지만 금결원은 지난 33년간 한은 통제권 아래 있었던 셈이다.
한은은 2007년 증권사가 소액 지급결제를 할 수 있게 달라고 요구하자 “결제시스템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냈다. 그로부터 12년이 흘렀고 한은은 금융위의 ‘지급결제 혁신방안’에 대해 이렇다 할 공식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기존의 한은 스탠스를 보면 금융위 출신 인사의 금결원 입성(?)으로 양측간의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지급결제’ 주도권을 둘러싸고 한은은 ‘안정성’을 금융위는 ‘혁신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지만 현재로선 금융산업의 혁신성에 더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한은 자회사처럼 운영되던 금결원이 금융위 인사 출신 원장의 등장 이후 금융혁신의 전면으로 나서는 계기가 될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격에 맞지 않는 자리를 수용했다’는 김 내정자와 그가 이끌 금융결제원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