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정부지만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놓고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갭투자에 활용되는 자금원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서민의 주거 안정 관점에서 전세대출의 순기능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딜레마가 있다.
정부는 부분적으로 '갭 투자'를 막기 위한 전세대출 규제를 진행해 왔다. 그런데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세보증을 통한 전세대출이 과연 서민 실수요자에게 공급되고 있는지, 제도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 개선할 방안이 없는지에 대해선 진척이 없다.
이는 과거 전세대출 전반에 대한 보증 제도를 개선하려고 검토해봤지만 실수요자들의 거센 반발을 경험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정부는 전세보증을 서민 중심 지원체계로 개편하기 위해 전세대출에 소득 조건을 도입하려다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2018년 보증대상자의 소득기준을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하려 했다. 무주택자에게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전세대출의 '정체성'을 고민한 첫 시도였다. 고소득자의 전세보증 한도를 두면서 연간 1조8000억원 규모의 취약계층 전세자금 보증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면 대부분의 맞벌이 봉급 생활자들의 전세대출길이 막힌다며 반발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에서도 쫓겨나 '월세에 살라는 말이냐'는 항의가 들끓었다. 정부가 한발 물러서야 했던 사정이다.
실제로 올해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는 한 실수요자는 "올해 입사 9년차로, 지방에서 올라와 아직도 원룸에 살고 있다"며 "맞벌이를 하고 있는 예비 배우자와 합산 소득이 1억원을 넘지만 우리가 고소득자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전세대출이 막힌다고 생각하면 억울할 것 같다"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증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 전세대출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나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세입자 입장에선 훌륭한 전세제도가 부동산 시장 등 사회 전체적으로는 반드시 긍정적이지 않다는 데서 '구성의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부가 이달 말 부터 시가 9억원 고과 주택 보유자에 전세대출 즉시회수 규제를 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다시 전세보증과 전세대출제도 전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재원의 공적 보증이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서울보증에서 무주택자라면 억대 연봉자에게도 보증을 제공하는게 맞는지 따져야 한다는 논리다. 1주택자도 주택가격 9억원이 넘지 않으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어 '서민용' 취지에 맞지않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