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직장인 나신상씨는 최근 위조된 운전면허증 하나로 대출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이 커졌다. 지갑에 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운전면허증이 온데간데 없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 발급 받으면 괜찮겠지 하며 안일하게 생각했지만 나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상상하니 아찔했다.
위조신분증 대출 피해나 간편송금 앱 부정결제 사례 등 각종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금융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털린 개인정보로 금전 피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융권이 신규 고객 유치 경쟁과 편의성을 이유로 '비대면' 서비스를 넓힌 것도 금융사고 우려를 키우는 환경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하는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개인정보 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나신상씨처럼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잃어버린 경우 활용할 수 있다.
대출광고를 보고 재직증명서, 통장 사본 등 개인정보를 실수로 넘겨줬을 때도 신청 가능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 대출 상품을 미끼로 상담을 해주겠다며 개인정보 서류를 먼저 요구하는 일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개인신용정보 노출 사실을 등록하면 은행과 금융회사에 정보가 공유된다. 만약 불법업자나 사기범이 카드 개설, 대출 신청을 시도하면 금융회사가 본인 확인 작업을 더 철저히 한다.
예컨대, 누군가가 나신상씨 신분증으로 대출신청을 하려는 경우 금융회사에 "개인정보 노출 사실 전파가 요청된 고객입니다. 본인 확인 시 각별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주의 문구가 뜬다. 금융회사 직원은 더 주의를 기울여 본인 확인을 하게 되고, 명의도용이 의심되면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
개인정보 노출자 정보는 전국 18개 은행과 금융투자회사 40곳, 생명보험회사·손해보험회사 28곳, 카드사 8곳, 저축은행 77곳, 농협중앙회 등에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다만 외국은행이나 리스사, 할부금융사, 대부업체 등 일부 금융기관에는 정보 전달에 시간이 걸린다. 금감원은 최소 30초에서 최대 1시간에 한 번씩 데이터를 보내고 있다.
등록 방법은 간단하다. PC나 모바일에서 금감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인 '파인'에 접속해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에 등록하면 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본인인증을 한 뒤 신청할 수 있다.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은행영업점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은행에 가서 본인 확인을 거친 뒤 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금감원은 개인정보 노출 등록을 했더라도 불편함 없이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조치해뒀다. 금감원 '파인'에서 '개인정보 노출사실 등록증명'을 발급받아 금융회사에 내는 방식으로 본인 확인 수단을 마련해뒀다. 과거 금융사는 개인정보 노출 사실에 등록된 경우 본인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래를 제한하거나 등록 해제를 한 뒤에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해 불편함이 있었다.
노출 사실을 해제하고 싶은 경우에는 '파인'에서 신청할 때와 같은 방법으로 절차를 밟으면 된다. 해제 정보 역시 마찬가지로 각 금융기관에 공유된다. 등록·해제내역도 조회할 수 있다.
각종 금융사기를 막으려면 스스로도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 우선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를 신청하면 공인인증서를 발급 또는 재발급 받거나 1일 300만원 이상 이체할 때 추가인증을 한 단계 더 거치도록 설정할 수 있다.
NH농협은행에서 개발한 '나만의 은행주소' 서비스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용자가 인터넷뱅킹 주소를 직접 만들어 보안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개인 주소를 설정하면 농협 인터넷뱅킹 사이트는 'banking.nonghyup.com/고객이 만든 주소.nh'로 변한다. 이 주소를 즐겨찾기 해두고 이곳으로만 접속해 금융사기 위험을 덜 수 있다. 나만의 주소를 사용하는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될 경우에는 가짜 사이트로 연결되지 않고 에러가 발생한다. 이후 일반적인 은행 주소로 접속하면 가짜 사이트로 연결될 수 있으니 고객센터에 문의해야 한다.
우리은행에서도 '나만의 이미지'를 설정할 수 있다. 고객이 직접 고른 이미지를 우리은행 사이트에 띄워 가짜 사이트와 구분되도록 했다.
인터넷 뱅킹에 접속한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가 국내가 아닌 경우 거래를 차단하는 '해외IP차단 서비스'도 있다. 인터넷뱅킹에서 보안카드·OTP(일회용 비밀번호) 발생기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가 제한된다. 거래하고 있는 은행 인터넷뱅킹이나 영업점에서 무료로 신청할 수 있다. 단, 해제는 영업점에서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