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주 대부업 이자제한율을 연 최대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최고금리 한도를 위반할 경우 돈을 빌린 사람이 시·도지사에게 신고하면 돈을 빌려준 대부업체가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김승남, 김영호, 류호정, 민홍철, 서영교, 오영환, 이형석, 조오섭, 한준호, 문정복 의원이 이에 동의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송 의원은 "대부업의 높은 금리, 그마저도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 취약층은 불법사금융에 몰려 과도한 이자부담을 하고 있으며, 법의 보호도 매우 미약하다"고 했다. 또 "어려운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부업인 만큼 더 합리적이면서 촘촘하게 제도개선을 이끌어 따뜻한 서민금융의 토대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도 했다. 저소득·저신용자에게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정무위 소속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연 15% 또는 기준금리의 20배 중 낮은 쪽을 최고금리로 정하는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기준금리 0.50%로 계산하면 20배는 10%다. 최고금리 상한을 10% 선으로 묶자는 것이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 등도 최고이자율이 연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민주당 차기 대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대부업체의 법정 금리를 11%대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준금리는 0.5%인데,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민들에게 20% 이자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며 "국민 모두에게 최대 1000만원의 연 2%대 장기대출 기회가 주어진다면, 18%에 해당하는 이자 차액은 대부업체 배를 불리는 대신 국민의 복리 증진에 쓰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치권, 특히 여권이 대부업을 '악(惡)'으로 규정하고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미 다음달 7일 법정 최고금리 인하(24%→20%)를 앞두고 이미 대부업 시장이 쪼그라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20%도 높다는 게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의원들의 생각이다. 대부업에서 돈을 빌렸던 서민들은 이제 제도권 대부업체에서 돈 빌릴 곳이 없어 사금융으로 가야 하는데도 말이다.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와 실시해 지난 25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대상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업체를 이용한 사람은 지난 1년 새(2019년→2020년) 약 39만명 줄었다. 서민들이 대부업을 외면해서가 아니다. 대부업자 입장에서 남는 게 없으니 대출을 해 주지 않아서다. 이들도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부업자와 사채업자는 엄연히 다르다. 대부업자라고 하면 고금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려 폭력까지 휘두르는 영화 속 험상궂은 인물이 떠오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금융시장은 불법이 아니며 저신용자들에게 필요한,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는 중·고금리 대출시장대부업자들은 정부가 정한 법정 최고금리를 지킨다. 제도권 금융의 최후 보루다. 불법 사채업자와 구분돼야 한다.
문제는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대부업에 대한 인식이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업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의원들이 꽤 많다. 우수 대부업자를 구별해 '소비자신용업자'로 바꾸자는 취지의 법안이 최근 발의됐는데 이 법안의 공동발의자 명단에 민주당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전원 국민의힘 소속이다. '당론' 수준으로 대부업을 악으로 보고 있으니 우수 대부업을 구별하자는 취지의 법안에 동의하는 의원을 찾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대부업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그만큼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가 크고 조달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소득이 적고 신용이 낮을수록 빚을 제때 갚을 확률이 낮다. 은행 등 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려줄 수 없다'고 손든 고객들을 받아준 곳이 대부업체다. 시중은행은 이미지 훼손을 염려해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지도 않는다. 저축은행·캐피탈로부터 높은 금리에 돈을 빌려와 서민들에게 빌려주는 대부업이 소멸된다면 서민들은 과연 어디에서 돈을 빌려야 할까.
정부와 여권은 '사회악'인 대부업이 사라지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던 서민들을 복지나 정부정책자금으로 감싸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돈이 필요한 모두를 감당할 정도의 재원을 갖추진 못했다. 서민들을 구제하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이들을 불법사금융으로 내몰 수 있다. 대선이 다가온 지금 그 '선의'가 악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